▲ 28일 UNIST 헬스케어센터에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쓴 ‘우한 폐렴’과 관련한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새 학기를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는 울산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개학·개강 시즌과 맞물린 신종 바이러스 공격에 ‘우왕좌왕’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해 교육당국은 개학 연기나 휴업 권고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28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개학한 울산지역 학교는 모두 8곳(범서초, 서생초, 옥서초, 명정초, 명촌초, 서부초, 성안초, 일산초)으로 오는 3월2일까지 나머지 229개교가 순차적으로 개학한다. 동천초, 화암고 등 6곳은 이달 중순에 이미 개학했다.

학부모 김 모(40·중구 학성동) 씨는 “4학년 딸이 당장 내일 개학하는데,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등굣길에 매일 챙겨주는 수밖에 없는 일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7일 국내 ‘우한 폐렴’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하고, 울산에 5명의 능동감시대상자가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되자 단체 생활을 하는 어린이집과 각급 학교,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남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을 잠시 쉬겠다거나 반나절만 등원할 수 있냐는 학부모들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아무래도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울산시교육청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전체 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대상으로 이달 13일 이후 후베이(우한포함)지역 등 중국 방문자 현황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개학이 임박한 학교는 학부모 문자발송을 통해 신속히 조사할 방침이다.

후베이지역 방문 신고된 경우에는 반드시 등교 중지 조치해야한다. 등교중지 기간은 귀국일과 잠복기 14일이며, 기간 경과 후 증상이 없는 경우만 출석가능하다.

이미 개학한 학교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계기 교육 및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하도록 안내했다. 학교에서는 또 방역예방비축물품을 사전 점검해 예산 부족시 교육청으로 필요예산을 이달 31일까지 요청하도록 했다.

노옥희 교육감은 이날 정책회의를 통해 “감염병 관리는 사후 대책보다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므로 사전대비체계와 발생단계별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마련, 대응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현재 교육부는 ‘우한 폐렴’ 확산세가 심각해짐에 따라 전국 모든 학교에?개학연기나 휴업을 권고하는 방안을 두고 보건당국과 협의 중이다. 앞서 각 학교에 졸업식이나 종업식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 또는 축소하라고도 권고한 바 있다.

중국인 유학생 등 중국과 밀접히 교류 중인 지역 대학가도 비상이다.

대학생 이 모(25·남) 씨는 “개강과 동시에 중국뿐만 아니라 각국 유학생들이 해외 공항 등을 거쳐 교내에서 함께 수업 듣는다고 생각하니 찜찜하다”며 “신종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특정인에 대한 혐오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가까이 하기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3월 개강을 앞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는 현재 중국인 총 23명(학부생 1, 대학원생 14, 연구원 8)이 소속돼 있다. 헬스케어센터(교내 보건소)에는 ‘우한 폐렴’과 관련해 발열 여부와 발열시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UNIST 구성원 중 중국 방문자는 학교 측의 확인 후 14일간 자가격리 후 연구실과 생활관에 입실할 수 있다. 전 부서에 각 부서별 감염병관리자 지정도 요청해둔 상태다.

UNIST 관계자는 “국제협력처 등을 통해 중국 방문자와 중국 국적 명단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중국 방문 이력이 있으면 보건소와 협의 후 능동감시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적 학생 265명이 재학 중인 울산대학교 상황도 마찬가지다. 다만, 외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기관(한국어학당)은 임시휴강 없이 그대로 운영한다.

울산대 관계자는 “명절 연휴 기간 중 고향인 중국에 갔다가 귀국했거나 귀국 예정인 중국인 학생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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