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뺨검둥오리 =그림 박지영  
 

흰뺨검둥오리

유강희





네 볼에 묻은 흰 눈

아직 녹지 않았구나



차갑지 않니?

내가 호호 녹여 줄까?



-『뒤로 가는 개미』(문학동네, 2015)





◆감상 노트

‘그 새들은 흰 뺨이란 영혼을 가졌네’라고 송재학 시인이 쓸 때, ‘네 볼에 묻은 흰 눈’을 불러낸 유강희 시인. 시인의 영혼이야말로 새와 가장 닮았지 않을까. 뺨에 흰 눈이 내린 오리 소녀를 찾아 <태화강 겨울철새학교>에 다녀왔다. 구경 25밀리 쌍안경에 잡혔는가 싶으면 멀어지고, 잡혔는가 싶으면 멀어지던 소녀의 뺨을 눈이 시리도록 보고 또 봤다. 시인이여, 아무리 소녀의 뺨에 내린 흰 눈이 어여뻐도 ‘호호 녹여 주는 건’ 오리 소년 몫으로 남겨두시도록. 영원히 녹지 않는 눈송이를 뺨에 새긴 오리 소녀에게 당분간 빠져 지낼 듯싶다. 글=남은우·그림=박지영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