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V 현장취재] 신종코로나 확산...'중국인 혐오' 울산은?

야음동 인구 10,367명 중 조선족 포함 649명 거주
오랜시간 삶의 터전 공유…“중국인 예방에 더 철저”
혐오여론‧가짜 뉴스‧허위정보 ‘2차 피해’ 확산 우려

“전염병 불안하지 않냐고요? 우리 민족처럼 보기 때문에 그런 건 없어요. 똑같아요”

지난 4일 만난 울산의 차이나타운이라 불리는 남구 야음장생포동 주민들의 반응은 그동안 보도됐던 ‘중국 혐오’ 여론과 달랐다. 오랫동안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계속해서 증가하자 각종 포털과 SNS상에서는 코로나가 최초 시작된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오프라인에서도 ‘중국인 출입을 금지합니다’는 안내문을 써놓고 중국인을 받지 않는 식당들이 생겨났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혐오증 ‘시노포비아(Sinophobia)’로 확산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울산에는 확진자가 없지만 중국인들과 밀접한 곳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을 거라 내다보고 남구 야음장생포동을 찾았다.

야음장생포동에는 전체 인구(10,367명)의 6.3%(조선족 포함 649명)가 중국인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어 간판을 단 상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상점들 사이로 간간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는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중국말을 사용하고 있어 차이나타운을 실감했다.

기자는 한국인 주민들을 찾아가 조심스럽게 중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예상 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주민들은 “이제 막 왔으면 몰라도 여기 중국인들은 몇 년씩 살던 사람들이라 폐렴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 민족처럼 보기 때문에 불안한 건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거리가 한산한 것도 코로나 보다는 얼어붙은 경기 탓이라 했다. 최근 2년 새 일거리를 찾아 객지나 본국으로 돌아간 중국인들이 가게를 많이 비웠기 때문이라고.

김명건 ㈜야음시장 상인회장 역시 “중국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바이러스 보균자라고 생각해 거부감을 느낀다거나 거리를 두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적을 떠나 오랜 시간 삶의 터전을 공유해 온 그야말로 ‘이웃’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생각도 들어 봐야했다. 

‘혐오’ 여론을 인식한 중국인들이 혹여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에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한 중국 상점에 들어섰다. 

낯선 기자를 보고 처음엔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조선족 상인 A씨는 “경기가 어려워 장사가 잘 안되는 걸로 아는데 좀 어떠시냐”는 질문을 던지자 “장사 잘 안돼요”라고 답했다. 

계속되는 일상적인 질문에 어느새 경계는 풀어졌고 자연스럽게 코로나 상황에 대해 물었다. A씨는 누구보다 코로나 예방에 철저한 모습이었다. 

9년 째 한국에서 거주 중이라는 A씨는 “중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 감염 될까 겁이 나 200m 이상 떨어져 있다”며 “오히려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서 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을 하러 가서 마주친 경우에는 사장님에게 ‘이 사람과 일 못하겠다. 같이 하면 우린 가겠다’고 집으로 간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근처 다른 가게에 들어가 물어보니 앞서 만난 A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으로 건너와 8년 째 울산에서 생활 중인 B씨는 “최근 중국에서 온 지인들이 있지만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며 “중국 다녀왔으면 출근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가짜 뉴스가 중국 혐오 여론을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입국 과정은 따지지 않은 채 허위정보로 인해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거부감이나 차별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보다 무섭게 번지는 ‘중국인 혐오’ 현상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A씨는 “아직까지 우리 시장에서는 중국인이라고 기피하는 일은 없지만 부산에서 일하는 친구가 식당에 중국인 진입금지라고 써 놓은 걸 보고 좀 억울하다는 소리를 하더라”며 “우린 교포지만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오래 살았는데 무조건 차별 당하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거나 울산도 현실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어떻게 조치를 취할 거냐는 질문에 김명건 ㈜야음시장 상인회장은 “정부 방침이라든지 방역당국의 조치를 따를 것이다”고 답했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 채널 ‘울산매일UTV’ (www.youtube.com/user/iusm009)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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