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미래세대 위해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

근접관람 통해 문화유적 가치 재인식
 

허보경  울산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는데, 자세히 보아야 예쁜 것은 풀꽃 뿐만이

아니라 반구대암각화도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멀리서 보는 것과 자세히 다가가 보는 느낌은 그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이 반구대 암각화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내달 3월 29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각 6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매회 선착순 30명에게 ‘근접 관람’을 허용하고 있다. 비가 와서 대곡천 수위가 높아지면 관람이 제한될 수도 있지만, 10여년 만에 우리나라 선사미술의 보고인 대곡천의 반구대암각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김정일 교수의 ‘갑골문 이야기’를 보면 원시 문화의 거짓 없는 실록인 암각화는 수천 년 전 인류가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시간의 다리를 건너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암각화 주변 환경의 몇 가지 특징은 첫째, 대부분 물가 근처에 있고 그 물들은 수량의 변화가 적다. 둘째, 암각화의 앞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셋째, 거의 대부분은 협곡의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넷째, 작은 바위가 아닌 산 전체를 지탱하는 기초석 등에 암각화를 새겨 넣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구대암각화가 놓여있는 대곡천의 주변 환경은 어떠한가? 

 

상시 막혀 있던 울타리 문을 열고 반구대암각화 앞까지 걸어 내려가면 잔잔히 흐르는 대곡천이 가로막고 있긴 하지만, 닫힌 울타리 뒤에서 암각화를 볼 때와는 그 위용이 확연히 다르다. 퇴적물을 기반암으로 하여 오랜 세월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골짜기의 감입곡류 하천인 대곡천은 습지와 어우러져 매우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있다. 이곳은 선사시대 암각화 유적군일뿐만 아니라 백악기의 지질학적 유산들이 대곡천 곳곳에 남아 있는데, 반구대암각화 앞으로 내려가 우리가 디디고 선 바닥에서도 공룡발자국화석이 81점이나 확인되었던 곳이다. 

평소 망원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암각화의 호랑이, 표범, 새끼 멧돼지 등을 육안으로 직접 보면서 수천 년 전 이 장엄한 바위그림 앞에 선사인들이 모여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1971년 발견될 때까지 그림이 선명하게 잘 보존되었던 이유를 찾아보면, 성벽 윗부분의 미석(眉石)처럼 암면의 위쪽에 1m가 넘는 처마돌이 있어서 빗물로부터 암각화를 잘 보존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미래세대를 위해 지키고 보존해야 할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수몰 위기에 처한 포르투갈 코아 계곡 암각화를 구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시킨 것처럼 우리도 각 관계 부처가 힘을 합쳐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반구대암각화의 제작연대는 울산과 동남해안 일대의 패총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 유체분석 결과와 울산만 고 환경 연구 등에 비추어 볼 때 신석기 시대인 약 7천여 년 전으로 추정된다. 반구대암각화의 그림은 인물상, 도구상, 동물상 등 약 353점이 있다. 새겨진 동물상에서 고래그림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대부분의 고래는 하늘에서 내려 본 것 같은 조감법으로 표현되어 마치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고래 떼를 연상시킨다. 등에 새끼를 업은 어미고래가 상단에 새겨져 있고 물 밖으로 뛰어올라 배 주름을 드러낸 고래, 작살이 꽂힌 고래는 몸통을 비틀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이 타고 있는 배와 고래 사이에 밧줄로 연결된 부구 등을 통해 이곳이 포경유적지임을 알 수 있고, 세계 최초의 포경유적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반구대암각화의 문화유산적인 가치를 재인식해 볼 수 있는 이번 ‘근접 관람’ 행사를 통해, 인류가 공동으로 지키고 전승해야 할 반구대암각화를 더 자세히 보고 더 오래 봄으로서 그 가치를 제대로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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