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최우수선수(MVP)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원두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수단 구성에서 큰 폭의 변화로 이번 겨우내 관심을 끈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2020시즌 첫 경기에서 ‘스리백’ 카드를 선보였다.

아직은 덜 여문 전술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김도훈 울산 감독은 “발전 가능성을 봤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울산은 1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치른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1차전 FC도쿄(일본)와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19분 디에고 올리베이라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37분 아다일톤의 자책골 덕에 무승부를 거뒀다.

울산은 지난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전북 현대에 뼈아픈 역전 우승을 허용한 뒤 대대적인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K리그1 최우수선수 김보경(전북)을 비롯해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 등 주축 선수 여럿이 울산을 떠났다.

하지만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를 영입하고 일본 J리그에서 뛰던 중앙수비수 정승현에게 2년 만에 다시 울산 유니폼을 입혔다.

중원에서는 국가대표를 지낸 고명진과 윤빛가람, 올해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김학범호의 우승에 힘을 보태고 대회 MVP로도 선정된 원두재 등을 수혈했다.

공격 라인에는 노르웨이 국가대표 골잡이 비욘 존슨과 정훈성이 가세했다. 호주 국가대표 윙백 제이슨 데이비슨도 울산 식구가 됐다.

이날 도쿄전에서는 존슨, 데이비슨, 정승현, 원두재가 선발로 나와 홈 팬들에게 첫인사를 했다.

지난해 주로 포백을 가동했던 울산은 이날은 스리백으로 도쿄에 맞섰다.

3-4-3 포메이션에서 정승현, 원두재, 김민덕이 최종 수비라인을 맡았다. 특히 원두재의 기용이 눈에 띄었다.

2017년 일본 J2리그(2부 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프로로 데뷔해 지난 3년간 73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한 원두재는 중앙수비수도 가능하지만 주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다. 지난달 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187㎝, 81㎏의 탄탄한 체구를 앞세운 중원 장악력은 물론 상대 패스 길을 미리 읽고 차단하는 영리한 플레이에 칭찬이 이어졌다.

울산 구단도 원두재의 영입을 발표할 때 “입대한 박용우(상주)가 수행했던 역할을 원두재가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도쿄전에서 울산은 지난해 주전 중앙수비수로 뛴 윤영선과 데이브 불투이스(네덜란드)를 쓸 수 없었다. 둘은 부상 등으로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이날 경기에는 뛰지 못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정승현, 원두재, 김민덕으로 구성된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울산 복귀 첫 경기에 나선 정승현과 지난해 K리그에서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던 신예 김민덕 사이에서 원두재가 수비라인을 조율했다.

중앙수비수로 나선 원두재는 아직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했다. 이날 울산 수비진은 실점 장면을 비롯해 상대 침투 패스에 쉽게 뚫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울산의 스리백이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정승현이 가세하고 멀티 플레이어인 원두재까지 합류해 좋은 센터백 자원이 많아진 만큼 스리백은 올 시즌 울산에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상대 공격이 스리톱일 때 우리 스리백 수비가 일대일로 잘 막아준다면 공격 쪽에 더 많은 수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원두재에 대해서도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중앙수비진에서 리드와 커버를 잘해줬다. 믿음 있어서 썼다. 전술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라며 원두재가 김 감독의 새 시즌 구상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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