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창영 교수팀. 왼쪽부터 민혜기 연구원, 김윤태 연구원, 이창영 교수. (UNIST 제공)  
 

흔히 볼 수 있는 ‘소금’을 이용해 나노 재료를 분석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다양한 분자가 빛에 반응해 만드는 신호도 수백배 증폭 가능해 나노 재료 연구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창영 교수팀이 소금 결정을 이용해 탄소나노튜브를 상온·상압에서 손쉽게 관찰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 표면에 소금결정을 입혀 탄소나노튜브의 위치와 모양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또 탄소나노튜브 위에 만들어진 소금결정들이 나노물질을 관찰하는 ‘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탄소원자가 육각형으로 결합해 원통 모양으로 연결된 탄소나노튜브는 특이한 기계·전기적 성질로 주목받는 소재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전자빔을 이용한 전자현미경이나 원자 사이의 힘을 이용한 원자힘 현미경 등으로도 관찰할 수 있지만, 사용방법이 까다롭거나 관찰할 수 있는 면적에 제한이 있다.

연구팀은 ‘소금’으로 이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1차원으로 정렬된 탄소나노튜브에 소금물을 떨어뜨린 후 전기장을 가하면, 소금 이온이 탄소나노튜브 외부 표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소금 결정을 형성하게 된다. 이 소금결정으로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광학현미경만으로도 넓은 면적에 분포된 탄소나노튜브를 관찰할 수 있다. 소금결정은 물에 잘 녹아 탄소나노튜브를 손상하지 않고, 씻어내기 전에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시각화할 수 있다.

또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에 형성된 소금결정이 광학신호를 수백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물질은 빛을 받으면 내부 분자가 빛 에너지와 상호작용해 새로운 신호인 광학 신호를 방출한다. 이 신호를 증폭해 분석하면 물질 특성을 알수 있는데, 소금결정이 이 광학 신호를 증폭시키는 ‘렌즈’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광학 신호를 증폭하는 정도는 소금 종류에 따른 굴절률 변화와 소금 결정의 모양과 크기로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소금렌즈’로 극미량의 포도당(glucose)과 요소(urea) 같은 분자를 탄소나노튜브 외부표면을 통해 이동시킨 뒤 탐지하는 데도 성공했다. 탄소나노튜브 외부 표면에 형성된 소금 렌즈가 백경 분의 1몰(M)이 포함된 분자도 찾아낼 정도로 광학 신호를 증폭한 것이다.

이창영 교수는 “일반적인 온도와 압력에서 나노 재료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물성을 측정 가능한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라며 “나노 재료와 나노 현상 연구에 널리 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2월 12일자로 출판됐다. 논문에는 가천대 신소재공학과 한재희 교수도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기초연구사업(신진·중견연구), 나노·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산업통상자원부(MOTIE),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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