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아리 <그림=박지영>  
 

메아리

임수현





작은 새는

메아리를 본 적 있는데

아주 작고 귀엽게 생겼더래요



갈래머리를 하고

땡땡이 반바지를 입고 있더래요



메아리는 작은 바위에 혼자 앉아

나뭇잎을 똑똑 따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뒤꽁무니를 졸래졸래

따라 내려가더래요



-『외톨이 왕』(문학동네, 2019)





<감상 노트>

소리로만 존재하던 메아리를 구체적 인격체로 데려온 시인의 심상이 놀랍다. 이제 산을 오를 때면 갈래머리에 땡땡이 반바지 여자 아이가 있나? 없나? 흘끔거릴 것 같다. 시인은 아이에게 티끌만큼의 간섭도 허용하지 않는다. 새도 사람도 이방인일 뿐이다. 홀로 바위에 앉아 나뭇잎을 똑똑 따며 노는 아이 곁에 노래 외에 다른 것, 예컨대 독자들이 바라는 토끼, 다람쥐, 산새 같은 동무를 어설피 두지 않는다. 오직 땡땡이 반바지만 산길을 장악하게 한다. 제7회 문학동네 동시문학상 대상 수상작『외톨이 왕』을 펼치면 만나게 되는 첫 시가 메아리다. “야호” 머슴애를 잃을 것만 같은 불온한 조짐의 시에 자꾸만 빠진다. 글=남은우 그림=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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