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서민생활 생활 실감나게 표현

‘굼틀거리는 삶의 의지’ 세계인이 공감

문화‧유행 ‘뭇 잡층간’ 진영논리 안돼
 

이병근 (시인‧문화평론)

군대 초년병 시절 전방 산간 막사에 파견근무 한 적이 있었다. 한 겨울 서부전선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밝고 고요하지만 기온은 살을 에는 듯 춥다. 근무병은 칠 팔 명 정도이며, 첩첩산중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부식차가 온다. 어쩌다 폭설로 눈이 푹푹 쌓이면 부식 차는커녕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양식 중에는 약간에 쇠고기와 라면이 있었는데 당시에 라면 종류는 한 회사 제품 뿐 이었다. 어느 해 겨울, 눈이 쌓여 삼주 동안 양식 공급이 끓긴 적이 있었다. 주식도 떨어지고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라면 몇 박스 정도이었다. 긴긴 겨울밤을 잡기로 소일하는 고참들에게 매일 밤 열시쯤이면 어김없이 라면을 끓여 바쳐야 했다. 자다가 눈 비비고 일어나 한기로 어수선한 부엌에서 강아지와 실랑이 하면서 라면 끓이기란 귀찮고 서글프다. 그 날은 생일이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억한 감정과 매운 연기로 눈물이 범벅이 되더라. 처량하기도 하고 오기가 생겨 남아있는 라면을 몽땅 솥에 쳐 넣고 또 남아있던 쇠고기도 숭숭 썰어 한꺼번에 넣고 끓여서 고참들 앞에 내어 놓으니 모두 그 맛에 감탄이다. 그러나 고참들은 그 맛에 취해 내일부터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 물론 다음 날 엉덩이가 터지도록 두들겨 맞았다. 요즘 생각하니 그날 눈물의 ‘라면 레시피’가 오늘 날 ‘짜파구리’이겠다. 물론 지금처럼 짜파게티. 너구리는 아니지만 한 솥 자작한 라면에 쇠고기 맛을 보태였으니 영락없이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 사람들이 먹던 그 맛에 버금간다. 

 

한국영화 백년 역사를 넘어 세계영화 역사를 새롭게 써야 할 대 사건이 헐리우드 돌비극장 오스카 시상식에서 벌어졌다. 영화광이라는 소리 듣기에 서슴댈 것 없으며, 간혹 영화 칼럼을 다룬 경험과 영화를 예술과 정신적 산물로서 문화적 가치를 다른 장르보다 더 높다는 평소의 소신을 가지고 두 시간 삼십분에 걸친 오스카 시상식 장면을 생중계로 보면서 남 다른 느낌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영화감독)의 예술관을 봉준호 감독은 평소 영화 만드는데 절대 신념으로 삼고 ‘제7의 예술’ 이라는 영화의 진면목을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아카데미 92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창출해내기에 주인공이 되었고 세계 영화계의 양극화도 불식 시켰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를 비롯한 세계 유명한 감독들을 비롯한 영화인들과 나란히 앉아 수상 발표를 기다리면서도 사뭇 수줍어 하다가 최고의 경쟁자 마틴을 제치고 감독상과 최고작품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는 무대에서 마틴에 대한 찬사와 그의 존재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인사말에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이것이 바로 봉감독의 품격이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뼈 속 깊이 잠재 해있는 배려와 예의 인 것이다. 그 실상을 봉준호 감독은 여지없이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저 위대한 업적과 기막힌 낭보에 대한 각종 언론 매체는 각 분야에서 일구어 낸 수치를 들먹이며 ‘아카데미 접수’ ‘헐리우드 초토화’ ‘아카데미 정복’ 을 했다는 등 경쟁하듯 앞 다투어 극한 표현으로 국민들을 자극한다. 그것은 우리 정서는 아닐 것이다. 올라서면 내려 올 것을 아는 지혜를 심어주는 찬사가 필요 할 것이며, ‘감독상’와 ‘최우수 작품상’에 묻혀 깜뭇 지나칠 수 있는 ‘앙상블상’과 ‘국제 장편 영화상’에 대한 의미도 크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화 ‘기생충’은 솔직한 영화이다. 어둡고 침침한 반지하 서민들의 생활을 솔직하고 실감나게 보여 줌으로써 세계가 양극화에 대해 공감 했을 것이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하급문화권의 대다수 서민들이 ‘굼틀거리는 삶의 의지’를 전 세계인과 공감케 했다. 문화와 유행은 불가분한 관계이다. ‘짜파구리’는 벌써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유행이 되고 있다. 그 유행의 본산은 한국 먹거리 문화서 시작 된 것이 확실하다. 이제는 영화 ‘기생충’이 한국의 예술적 문화유산이 되었다. 이 영화를 제발 ‘뭇 잡층’간 진영 논리로 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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