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기쁘고, 새삼스레 애국심이 고양될 만큼 자랑스러운 결과다. 이미 영화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칸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이번 아카데미의 수상 소식은 여러 모로 주목할 만 하다. 
아카데미 영화제는 9천 명가량의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영화산업 초기부터 가장 큰 영화시장을 유지해왔던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꽃이며, 한편으로 전 세계의 관객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대중적인 영화제다. 우리 영화가 처음으로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했다는 점도 대단하지만, 실상 놀라운 지점은 바로 아카데미 자체의 변화다. 봉준호 감독의 농담처럼 ‘로컬 영화제’ 중 하나인 아카데미였기에 자국영화와 영어권 영화가 중심이었고, 그 외 영화들은 모두 ‘외국어영화상’으로 묶어 수상해온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면, 올해부터는 ‘외국어영화상’을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꾸며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시도했다. 그런데 아예 작품상을 아시아 작품에 수여하게 될 줄이야! 이러한 결과로, 아카데미는 백인 중심의 영화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세계영화제로서의 가능성을 밝혔다. <기생충>의 성과가 아니라 아카데미의 성과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영화제도 유기체처럼 성장한다. 전 세계의 이슈에 민감해야 하고, 영화제의 방향성도 계속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 단지 현재에 안주하려고 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5회차를 맞는 우리 영화제의 올해 슬로건은 ‘한 걸음 더’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산악영화제로서, 또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영화제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열심히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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