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公薦)의 公은 ‘공정하다’또는 ‘대중’을 의미하고, 薦은 ‘추천하다·천거하다’라는 뜻이다. 즉 공천은 ‘대중을 위해 성실하게 일할 사람을 공정하게 추천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나라 정당이 해온 국회의원 공천은 사실 사천(私薦)이 된 적이 많았다. 대중을 위해 성실하게 일할 사람을 공정하게 추천하지 않고 자기 정당 또는 특정 계파의 편파적인 이익을 위해 물 불 안 가리고 일할 사람을 비밀리에 추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죽하면 기부금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공천여부가 결정되고, 누구 편에 서서 군말 없이 일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됐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 때 진(晉) 나라의 평공(平公)이라는 왕이 신하 기황양(祁黃羊)에게 남양(南陽) 현령 자리가 비었는데 후임자로 누가 적당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기황양은 해호(解狐)라는 사람이 적임자라고 대답했다. 평공이 해호는 당신의 원수가 아니냐고 묻자, 기황양이 대답했다. 
“왕께서는 누가 남양 현령의 적임자인가를 물으셨지 누가 저의 원수냐고 묻지 않으셨습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공천이다. 
“진박 공천을 비판했던 우리가 정작 ‘진문 공천’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것 아니냐?”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천이 시작되자 잇따라 파열음이 들린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쓴 소리를 했던 금태섭 의원을 사실상 떨어뜨리기 위해 ‘조국백서’ 필진 중 한 명인 김남주 변호사를 내 보내려는 ‘자객공천’ 논란이 번지면서다. 20대 총선 당시 보수 진영의 몰락을 자초했던 새누리당의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 파문을 연상케 하는 ‘진문(진짜 문재인) 공천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범 보수 진영 각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뭉친 미래통합당이 출범하면서 향후 총선가도의 순항여부는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 달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당내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물갈이 대상이 되고 있는 TK(대구·경북)의원들은 꿈쩍 않고 버티고 있다. ‘이런 TK의원들을 어떻게 제압할까’ 오직 ‘공천 저승사자’ 김형오 위원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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