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규 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

中 혐오증 같은 편견 강하면 부정하는 2차 정보 효력 없어
역지사지 입장으로 철저한 사실에 기반한 분석·확인 필요
두려움서 비롯된 혐오·차별 극복…더불어 공존 시대 통찰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 ‘시노포비아(시노:중국의, 포비아:병적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말은 아주 오래전 징기스칸의 침략을 경험했던 유럽인들이 막연한 황화론의 공포를 느끼게 되면서 유래됐다. 황인들이 화를 다시 불러 올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황화론은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부활되면서 일종의 시노포비아 현상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 혐오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한 매거진의 표지가 최근 크게 이슈를 모으면서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 표지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상징하는 듯한 마스크와 함께 붉은색 방역복을 입은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 아래에는 ‘MADE IN CHINA’가 아주 크게 쓰여 있었다. 세계적인 충격을 안겨준 이 표지는 그야말로 서방의 백인들이 어떤 식으로 동양인들을 보고 인식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 표지에서 말해주듯, 미국과 유럽 강대국들은 최근 중국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그들의 패권이 뺏길 것 같아 항상 노심초사하며 불안, 분노하고 있다. 그냥 대량생산 시스템에 맞춰진 싼 임금의 단순 노동직으로만 취급했던 중국인들에 대한 차별이 ‘시노포비아’로 더해지면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까지 연결되고 있다. 
사실, 우리 역시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작년 말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총 약 300만명으로, 이중 불법체류자는 4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약 50% 가까운 불법체류자가 중국인들로 여러 가지 오해의 중심에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 발생 비율을 따져보면 사실상 1위가 파키스탄, 2위가 몽골, 3위가 스리랑카, 4위가 러시아로, 중국은 놀랍게도 5위 밖이다. 더군다나 인구 10만명당 기준, 중국인의 범죄 발생 건수는 9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숫자의 중국인(조선족 포함)들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공포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 혐오증(시노포비아)과 같은 부정적 편견의 1차 정보가 워낙 강력하면 그 정보를 부정하는 2차 정보는 아무런 효력을 발생시키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인 범죄가 언론에서 굉장히 확대 보도되면서 페이크 뉴스와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것이다. 여기다 무분별한 중국인 혐오 정서를 언론이 오히려 자극하고 확산시키면 한국인들이 가진 중국인에 대한 편견은 가히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그러한 불안 심리를 이용해 중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심을 자극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정보들로, 중국인 밀집 지역인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보도한 어느 기사에서는 “한국 체류 중국인들이 위생에 둔감한 현실을 반영하듯, 역 주변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자 우한 폐렴을 무색하게 하는 비위생적인 행태가 즐비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겨레에서는 역시 대림동을 배경으로 중국 교포를 향한 혐오 정서의 뉴스를 포털 다음이 메인에 노출시키면서 이날 다음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내의 우한 교민 격리 수용시설 지정과 관련한 언론 보도 역시 ‘혐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오기만 해라, 출입로를 막아버리겠다”, “천안 간다더니 우리가 호구냐“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모든 언론을 장식하면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같은날 SBS의 ‘8뉴스’에서 팩트를 체크한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해당 기사는 여전히 온라인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이전 에볼라의 발원은 콩고였고, 메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원되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전염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 그 나라에서 발원됐다고 해서 그 나라 국민들을 무지하고 비위생적인 민족으로 몰고 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글로벌 시대의 ‘야만’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이 ‘일상’이 되고, 스마트 사회가 ‘노멀’인 시대에서, 스마트한 시민 의식이 결여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나와 내 가족 모두가 언제든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사실 정보에 기반한 분석과 확인만을 통해 두려움에서 비롯된 혐오와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다함께 더불어 공존하는 이 시대의 통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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