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에 새긴 달 항아리 속, 외솔 최현배 선생의 얼굴과 ‘한글이 목숨’ 이라는 글귀가 담긴 <달항아리 최현배 선생을 담다>  
 
   
 
  ▲ 시조 ‘백자를 곁에 두고’ 전문이 실린 작품앞에 선 박영식 시조시인(좌)과 노재준 작가.  
 
   
 
  ▲ <달항아리 김수환 추기경을 담다>  
 

조선 백자대호(白瓷大壺)는 순백색의 바탕흙에 투명한 유약을 발라 구워 만든 둥그런 보름달 모양의 항아리이다.
혜곡 최순우가 백자대호를 ‘달항아리’라는 멋진 말로 표현한 이래 지금껏 이렇게 불리고 있다.
그는 달항아리를 두고 “백자 항아리를 수십 개 늘어놓고 바라보면 마치 어느 시골 장터에 모인 어진 아낙네들의 흰옷 입은 군상이 생각날 만큼 항아리의 흰색은 우리 민족의 성정과 그들이 즐기는 색채를 잘 반영한 것이다” 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달항아리를 재해석해 나름의 예술 세계를 일군 작가의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이 살아생전 어느 식당 방명록에 남겼다는 ‘한글이 목숨’ 이라는 글귀와 현재 울산 뿐 아니라 전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영식 시조시인의 작품‘백자를 곁에 두고’를 작품 소재로 삼아 더욱 눈이 간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경인미술관 제2전시장에서 노재준 작가가 ‘수묵화: 달항아리, 담고 닮다’전을 지난 19일부터 열고 있다.
현재 충남 예산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있는 노재준 작가는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전공했고 대학 시절부터 서예와 전각을 배웠다.
그는 한국적인 정서와 미감을 대표하기에 오롯한 달항아리에 글씨의 필획, 전각 기법, 탁본과 판화 기법, 회화성, 메시지 등을 버무려 담아냈다.
서예와 전각이 지닌 예술세계가 존중되면서도 새로운 경지의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나무에 새긴 달 항아리 속, 외솔 최현배 선생의 얼굴과 ‘한글이 목숨’ 이라는 글귀, 또 박영식 시조시인의 얼굴과 ‘담담히 눈이 내려 숨결 맑힌 여백의 땅’으로 시작하는 ‘백자를 곁에 두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라는 시조 전문이 담겨 있다.
또 안중근의사, 백범 김구, 천상병 시인, 유관순 열사, 김수환 추기경 등도 달항아리 속에 등장한다.
노재준 작가는 “한 획 한 획을 그어가다 보니 오늘의 전시가 이루어졌다. 차곡차곡 쌓인 작품들 앞에서 ‘한 획’의 큰 힘을 느낀다. 앞으로도 분필, 그리고 모필과 철필로 한 획 한 획 그으며 살아가지 않을 수가 없겠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서예대전·추사선생추모 전국휘호대회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서예대전의 초대작가인 노작가는 2015년 고래축제를 기념한 ‘울산전국서예문인화 깃발전’에 초대돼 울산태화강변에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시는 2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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