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무산시인의 시집<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  
 
   
 
  ▲ 백무산시인.  
 

울산을 기반으로 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백무산이 5년 만에 열 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창비·132쪽·9,000원).

그는 한국 노동시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1984년 무크지 『민중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노동자들의 삶과 의식을 대변해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노동하는 삶의 가치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성찰하는 깊은 사유의 세계를 펼친다.

‘한심한 시절’이라는 말에서 보듯 시인은 위선적인 현실 정치와 새 강자들의 언행에 냉소적이다.

하지만 시인은 허무하거나 퇴폐적인 냉소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시를 통해 피폐해지고 고단한 현실을 잠시 숨 돌리고 가는 ‘정지의 힘’으로 극복하자고 설득한다.

시인에 따르면 멈춤의 힘은 아무것도 안하거나 아무것도 되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고 한다. 진보 성향 문인이 ‘자유의 철학’을 강조하는 게 다소 낯설지만, 그는 ‘멈춤’이야말로 반복되는 폭력적 일상에 저항해 우리가 본래 소유했던 자연적 감각을 되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안다’(시 '정지의 힘' 일부)

백무산은 출판사 인터뷰에서 “자기존중이 없는, 스스로를 소외하는 지친 삶이 있을 뿐이다. 현실 정치는 항상 그런 곳에 기생하고 그러한 현실을 재생산한다”면서 “문학(인)이 그러한 제도권 정당 정치에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위임하고 수동적으로 동원되는 일은 문학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존재로서 구체적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자각을 불러오고 다른 정치, 새로운 정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문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저자의 말에서는 “변방은 얼마간 야생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찌꺼기가 훨씬 더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래서 시가 나에게 찾아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억압된 현실을 마주해서 찌꺼기들을 재료로 무슨 연금술이라도 부려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빛나는 무엇이 아니라, 금을 똥으로 만드는 뒤집힌 연금술이기도 했다”며 그는 첫 시집을 내던 그곳과 다름없는 공간에 여전히 머물러 있으며, 그곳은 변방이라고 말했다.

백무산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4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초심’, ‘인간의 시간’, ‘폐허를 인양하다’ 등을 펴냈다. 이산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문학위원회에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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