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나는 공기에 정골 골짜기 많이 찾아
비라도 오면 산책길이 자갈길 되기 일쑤 
시민 불편 해소 위해서라도 포장해 주길

 

최인수 시인

울산시 남구 무거동 문수산 동쪽 산자락에는 정골이라 일컫는 깊은 골짜기가 있다. 이 골짜기에는 육십 년 이상 자란 외래종 같은 소나무 숲이 하늘을 찌르듯 빽빽이 서 있는데 얼핏 목재의 부자나라라고도 할만하다.

골짜기 안쪽 광주 안씨 재실(無去齋, 肅然門)은 이 골짜기의 터줏대감으로 산책하는 이에게 넉넉한 안정감을 주고 있어 좋다.
재실 가는 길에는 오래전부터 감로수 같은 약수터가 있다. 이 약수터가 꾸며지기 전에는 십 미터 서쪽 위치에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작은 옹달샘 있었다.

이십 여 년 전에 주민들이 협동해 현대식 약수터를 개발하려하자 남구청이 지금의 약수 채수장으로 시설을 하였다. 옹달샘을 확장하여 소형 콘크리트 저수탱크를 만들고 파이프를 매립하여 낮은 곳으로 물길을 냈다.

오르내리는 계단, 맑은 유리지붕, 바닥을 정리하고 벽을 축조해 약수터다운 아담한 채수장이되었다.

조명 시설도 하여 24 시간 물을 받을 수 있거니와 두 달마다 수질 검사표가 붙는다.

약수터 윗 편에는 조그마한 마당이 있다. 이 마당도 쉼터로서 톡톡히 역할을 한다. 십 수 년 전부터 산책하는 노인들이 그룹을 이뤄 배드민턴을 즐기며 친목모임을 만들고 주위 환경을 정화했다.

또 꽃길을 조성하여 드나드는 사람들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분들은 약수터의 파수꾼인 셈이다.

매일 아침이면 물을 받는 사람들로 붐벼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골짜기 깊은 안쪽에는 조그마한 호수가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사시사철 맑은 물이 줄지 않을 뿐 아니라 큰비가 오면 물이 넘쳐 뚝 너머로 떨어지는 오륙 미터 높이 폭포는 장관을 이룬다.
남구청이 이 호수를 수변공원으로 조성하여 산책길 명소로 만들었다. 호수 둘레에 물 위로 데크 시설을 해 여름에는 수면의 동식물들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어 언제라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특히 제철 만난 수련의 둥근 이파리가 물 위로 번져 나가는 광경은 마치 구름 덩이가 맑은 하늘을 덮어 나가는 것 같다.

그 뿐이겠나.

물 속에는 크고 작은 수생 어족들이 헤엄 치고 있어 생태 체험장을 방불케 한다. 가물치가 검은 몸체를 흔들며 쌍쌍이 유영하는 것도 신기하고, 잉어 붕어 자라 등이 노는 것이 장관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문수산을 향하여 오르면 중간지점에 약수터가 또 있다. 수량은 떨어지지만 수원이 좋아 제일 약수터라 칭한다. 휴식하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고, 정상까지 등산하는 건각들이 목을 축이려 끊이질 않는다.

이 길의 호수는 모두 세 개다. 세 개 중 막내는 규모가 작고 안쪽 깊숙히 있고, 골짜기 입구 현대 아파트를 지나서 제법 큰 호수가 있다. 사백 미터 쯤 안으로 들어가면 둘 째 호수가 있어 여름에는 수면전체를 연꽃이 점거한다.

앞선 세대들이 그 어려운 시대 이런 호수를 어떻게 세 개나 축조 했을까. 그 당시 장비래야 괭이, 삽, 지게가 고작일텐데 굶주림과 땀방울로 둑을 쌓은 이들의 애환을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정골 골짜기를 드나드는 사람은 자연 풍치에 도취 되지만 호수의 얽힌 애환을 알 길도 없고, 관심을 둘 리도 없다. 하지만 도시 바깥의 단맛 나는 공기에 더욱 이끌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오고 간다.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줄을 잇는 이 길, 그러나 신발 바닥이 몸살을 할 정도의 고생길이다. 자갈을 헛딛는 피로감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 불편은 이 길을 찾는 누구의 마음속에서도 쌓이고 있을 줄 안다.

촌락의 농로는 말할 것 없고 좁은 골목길이나 등산로까지 포장하고 데크까지 편리하게 만드는 게 추세가 아닌가?

칠백 미터 쯤 되는 산책길은 자갈로 보수 한지가 벌써 십 년이 지났다. 비만 오면 길바닥이 수로가 되고, 비가 그치고 나면 흙이 씻겨서 패이고 울퉁불퉁 자갈길이 된다.

수많은 이들이 느낄 통행의 불편함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많은 시민들이 찾는 근교의 명품 산책길을 왜 보수하지 않는지 주민들의 불평불만은 날로 쌓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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