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귀가 호강하는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바로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에서 테너 ‘유인태&백슬기’의 ‘Grand Amore’였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과 뮤지컬 지망생들, 또 이름 없는 로커들까지 다양한 음색을 가진, 다양한 장르의 수 십 명, 아니 수 백 명의 남성 뮤지션들이 경연을 통해 남성 4중창으로 만들어가는 경연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많은 시청자들은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성악가가 가요나 팝송을 부르고, 뮤지컬 가수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장르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목격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음악의 장르를 그대로 고집하지 않고 다른 장르로 옮겨서 연주하는 것”을 ‘크로스오버 음악’이라고 한다.

필자가 처음 ‘크로스오버’에 관심을 가진 것은 80년대 후반 고교시절이다. 성악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끔 친구들과 함께 부르곤 했던 노래들이 있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팝가수 ‘존 덴버’의 “Perhaps Love”와 그리고 테너 ‘박인수’와 포크가수 ‘이동원’의 “향수”였다. 친구들 앞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태리, 독일 가곡보다는 훨씬 더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관객이 반응하지 않는 음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수의 대중은 서양음악인 ‘클래식’을 너무 어려워하고 재미없어한다. 그래서 클래식과 대중을 이어주는 중간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크로스오버’가 필요하다. 그래서 불편한 선입견이 있는 대중의 클래식 입문을 위해서는 달콤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크로스오버음악’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한다. 낚시에서 고기를 낚기 위해 밑밥을 뿌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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