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월성에서 나온 곰뼈  
 

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해자에서 발견된 곰뼈는 신라인들이 월성 주변 공방에서 곰을 해체해 가죽을 확보하고 난 뒤 폐기한 유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은 1일 "고대 곰 출토 사례와 문헌에서 곰을 활용한 양상을 살펴보면 곰 가죽을 이용한 경우가 있고, 월성 주변에서 구덩이·제철 관련 흔적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중앙문화재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중앙고고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서 월성 해자 속 동물 유체 출토 양상, 월성 유적 속 곰 이용 형태를 논했다.

월성 해자에서는 수많은 동물 뼈가 발굴됐는데, 대다수는 돼지·소·말·개 같은 가축이었다. 야생동물로는 사슴과 곰 유체가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월성 곰뼈 13점을 분석해 "곰뼈와 같은 층에서 나온 토기와 씨앗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보면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된다"며 "홋카이도 불곰을 관찰한 소견을 검토했을 때 월성 곰은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곰뼈 대부분이 앞다리와 발목 관절 부위라고 설명했다. 앞다리에서 발까지 이어지는 요골은 5점, 발꿈치뼈인 종골은 3점이 각각 나왔다.

김 연구원은 고기를 얻으려고 했다면 위팔뼈라고 할 수 있는 상완골이나 넓적다리뼈인 대퇴골이 많이 보여야 하지만, 월성에서 드러난 뼈는 고기가 적은 부위를 제거하고 사용하기 힘든 부위를 먼저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아래턱뼈인 하악골을 보면 안에서 밖으로 향한 해체 흔적이 있고, 종골과 요골에서는 개가 이빨로 문 듯한 흔적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곰을 해체한 이후 즉각적으로 폐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곰을 개 먹이로 줬다면 의례용은 아니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신라인이 곰을 해체한 목적은 고기나 의례가 아닌 가죽 확보에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국사기'를 제시했다. 삼국사기에는 "제감화(弟監花), 곰의 뺨가죽으로 만드는데, 길이는 8치 5푼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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