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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꽃보다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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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규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 승인 2020.04.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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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웠을 4월 예기치 않은 전염병에 정적 흐르지만
다양한 소통창구로 아이들과 연결고리 놓지않으려해
머지 않아 활짝 웃는얼굴로 걱정없이 마주 볼 날 기대

 

 

이진규 동구청소년진로지원센터 사무국장


봄꽃은 급하기도 하다.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피어서는 사람을 불러 모으고 한껏 부풀게 한다. 올해는 또 유난히 빨리 피었다. 그래서 애가 탄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전염병이 돌아 밖에 나가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경계하는 형편이라 봄꽃을 보는 마음이 한심하다. 돌이켜보면 일상이란 당연한 듯 뻔했고 그렇기에 무심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무심했던 일상의 평범함이 이토록 그리운 일이 되었다니 안타깝기도 하고 사실인가 싶기도 하다.

예년의 4월 같으면 온갖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으로 매일 매일을 시끌벅적하게 보냈을 것이다. 사람들은 꽃소식을 따라 겨울을 씻어내고 따뜻해진 햇살아래 지그시 눈을 감아도 보았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해가 길어진 이야기를 나누었고 봄 축제를 준비하는 손길도 분주했었다. 아이들의 봄 또한 다르지 않았다. 새 학기를 시작하고 새로운 교실과 친구들과 선생님에 대한 설렘이 수다스러웠다. 아직 기름기가 가시지 않은 교복 밑단을 몇 번이나 줄여 입은 1학년생은 몇 년 후면 그만큼 클 것이라며 다짐을 했다. 그랬던 4월의 당연함이 연초부터 위태위태하더니 분실물처럼 낯선 곳에 보관된 느낌이다.

확진자의 증가추세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 훨씬 넘었고 마스크 위로 겨우 보이는 두 눈으로 상대방의 표정을 대충 가늠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소란스러워야 할 청소년기관은 개점휴업처럼 텅 빈 공간에 지도사들의 침묵이 길기만 하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되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다는 말처럼 어떻게든 아이들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지 않게 애를 쓰고 있다. 돌봄이 필요했던 아이들에게는 매일 도시락을 가져다주며 안부를 묻고, 온라인을 통해 집에서 할 수 있는 꺼리들을 만들어 소통을 이어간다. 잘 될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지만 확실히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에 밝은 것 같다. 일상을 찍어 올리는 것도 척척해내고 제법 편집까지 해서 그럴싸하게 만들어 낸다. 비록 모니터로 보고 있지만 공감하기엔 불편함이 없다. 좀이 쑤셔 어떻게 견딜까 싶었던 아이들도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찡하다. 며칠 전 동네마트에서 만났던 학생들도 공부는 안 해도 학교는 가고 싶다며 징징대는데 웃기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사태가 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대처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무섭게 불어나던 확진자도 많이 줄었고 마스크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귀감으로 삼는다는 보도를 보니 다소 안도감이 생긴다. 전염병은 그 자체로도 무섭지만 그로인해 생길 수 있는 오해와 혐오 그리고 혼란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힘겹지만 승리의 방식을 통해 이길 수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고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위기극복의 유전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편함을 감수 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지되는 질서가 그것을 증명한다. 초유의 사태를 창의적 방법으로 막아 내고 질병이 퍼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사회적 거리를 두는 노력은 스스로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성급히 느슨해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기에 경계심 또한 의무처럼 되새겨본다.

백신이 나올지 치료제가 나올지 또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반드시 극복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이 그랬고 우리는 경험을 쉽게 잊는 사람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온라인개학 또한 유래가 없는 일이지만 실수나 실패가 아닌 더 큰 성장의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좀 더 일찍 미래를 체험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꽃을 본 사람이 꽃을 기다리듯 아름다운 시절을 살아 본 사람은 그 시절을 되찾을 수 있다. 그저 평범해서 귀하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 일상의 소중함은 모두가 아는 것이고 이번에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매일 오가던 동네가 그렇고 학교가 그렇다. 손을 잡고 흔들며 인사하던 것도, 온 표정을 다해 활짝 웃던 얼굴도 걱정 없이 실컷 마주 볼 날이 머지않았으리라.

겨울을 이겨낸 봄꽃이 예쁘다는 것은 알았지만 천지를 모르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교복이 더 보고 싶을 줄은 몰랐다. 성급히 피었던 꽃들이 벌써 눈처럼 날린다. 하지만 아쉽지 않다. 꽃보다 예쁜 교복을 입고 학교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곧 볼 것이기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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