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울산 동구 전하동 한 아파트 앞에 지난 8일 화마로 목숨을 잃은 형제를 추모하기 위한 국화꽃이 놓여 있는 가운데 같은 아파트 동주민이 ‘별이 돼있을 형제와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이라는 위로의 메세지를 전했다.  
 
   
 
  ▲ 9일 울산 동구 전하동 한 아파트 앞에 지난 8일 화마로 목숨을 잃은 형제를 추모하기 위한 꽃들이 놓여있다.  
 

“별이 되어 있을 형제와 그들의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
한밤중 홀로 집에 있던 동생을 구하기 위해 화마 속으로 뛰어든 형이 동생과 함께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9일 두 형제의 장례가 치러지는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는 형제의 마지막을 추모하기 위한 걸음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례식 등과 같이 다수가 접촉하는 곳을 꺼리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형인 김모(18)군의 친구들은 교복을 입고 친구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나섰다.
애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몇몇 친구들은 말없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친구의 영정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인근에 있던 친구들은 밥을 한술도 뜨지 못한채 가만히 상앞에 앉아있었다. 차마 장례식장 안에서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친구들은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아 훌쩍거렸다.
형제가 살던 아파트단지에는 꽃 9송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중 국화 한 송이에는 인근 주민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있었다. 이 주민은 ‘별이 돼있을 형제와 부모에게 위로가 넘치길’이라는 글을 남기며 형제의 마지막을 추모함과 동시에 부모의 마음을 위로했다.
노란국화를 손에 쥔채 방문한 김모(25·여)씨는 “뉴스를 듣고 참담한 소식을 전해들었다”면서 “저도 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안타까워서 추모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왔다”고 밝혔다.
SNS상에서도 이들 형제를 향한 추모의 글들이 쏟아졌다.
울산 한 커뮤니티에는 “형제간 우애가 깊어 보기 좋았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해 슬프다”면서 “하늘에 가서 의좋은 형제처럼 지내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코로나19가 빚은 또다른 비극이 된 두 형제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형제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더한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형과 타지 특수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던 동생은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돼 기숙사에 가지 못해 집에 있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형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을 끔찍이 보살폈다.
아버지는 지난해 사기를 당해 빚을 갚기 위해 식당을 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아 새벽이면 세탁물 배달을 병행했고, 어머니도 동생의 학교와 일 때문에 경주에서 숙식을 하며 지냈다.
부모는 그간 자녀 병원비 등으로 살림이 빠듯해 현재 형제의 장례식 비용, 운구차 비용도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딱한 사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부소방서는 화재 당시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했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중이다. 당시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가 더 빨리 번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화재경보기는 동부소방서가 아파트 경비실 기록을 확인한 결과 화재를 감지하고 경보기가 울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 중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는 매년마다 소방시설 점검 후 관할소방서에 서류를 제출해야하는데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해당아파트는 서류상 소방시설에 아무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노후화된 아파트는 공사 당시 소방법에 따라 스프링클러 의무화가 적용되지 않지만 이와 같이 공동주택에서 일어나는 화재 초기 진압을 위해 스프링클러를 대체하는 자동소화장치 설치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해당 아파트 주민 A(45)씨는 “아파트 내부에 스프링클러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이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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