漸(점)은 물이 조금씩 젖어드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漸入佳境(점입가경)은 ‘점점 아름다운 경지로 들어가다’는 뜻이다. 이어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되다’, ‘점차 잘 되어가다’의 뜻으로 쓰인다.
그러고 보니 ‘점입가경’이 좋은 뜻으로만 쓰이는 것 같은데,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어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사람들을 기가 막히게 하고 놀라게 하는 경우에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5월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이 열흘이 넘도록 내놓은 사과·설명 자료만 14건에 달하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명된 게 없다.
정의연은 기부금을 결코 사익((私益)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사용처 공개 요구에는 얼토당토않은 정치공세에 “공개 불가”를 외쳤다.
처음엔 이 할머니의 기억을 문제제 삼더니 ‘목돈 때문에 태도를 바꿨다’(윤미향 전 이사장 남편)고 매도하다 나중엔 비판언론에 친일 프레임까지 뒤집어 씌웠다.
2004년에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로 활동 할 때다. 2004년 1월 심미자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33명은 ‘위안부 두번 울린 정대협, 문닫아라’는 비판성명을 발표했다. 33명의 할머니는 “(정대협)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번 울린 사람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이라고까지 비난했다.
두달 뒤 피해자 13명이 정대협과 나눔의 집을 상대로 낸 ‘모금행위 및 시위 동원 금지 가처분’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번 일은 시민사회 성장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기생충 가족에 기부해 왔구나”라는 일부 조롱에 많은 헌신적 활동가들이 상처 받을 수 있는 위안부 ‘앵벌이’ 고발이다. 한국 시민사회의 비영리조직 활동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인지해 대응해야 할 악취가 만연하는 ‘정의연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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