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 향유 인식 크게 높아져
도시의 문화 가치까지 새롭게 창출
지자체 단위로 프로그램 개발 힘써야

이재호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는 우리의 사회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의 세상이 어떨까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상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일고 있다.

원격 근무,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이 진행되면서 가정, 의료, 문화,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제까지의 질서가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과거의 사회생활의 변화들이 세계라는 큰 틀 속에서 이뤄진 패턴이 있는 흐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변화는 펜데믹 현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변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하겠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문화 정책 또한 몇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문화의 큰 가치는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제적 가치와 심미적 가치가 그것이다.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해 생산과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금전적 흐름을 강조하는 입장이 바로 경제적 가치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다양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비금전적이지만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하고 개인적인 선호와 안정감을 마련하는 것이 심미적 가치이다. 사실 문화가 가지는 이 두 가지 가치들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옳다.

21세기 접어들면서 강조됐던 ‘문화의 세기’라는 화두(話頭) 속에서 문화 향유 인식이 크게 높아져 왔다. 특히 문화가 경제적 재화라는 점이 더욱 강조되면서 문화경쟁력 향상이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요체로 강조됐고 앞으로도 더욱 그럴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異見)이 없어 보인다. 문화인프라 구축은 지역의 정주성에 많은 기여를 했고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할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를 발산하기도 했다. 문화를 입은 도시는 그 도시 밖으로의 정보 발신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도시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문화를 통해 그 도시만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기도 해 도시 안으로는 정주성에 기여하고 밖으로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정책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가 가지는 여러 긍정적인 면을 현재와 미래의 상황과 어떻게 결부시킬 것인가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재택 근무라가 진행되는 현 상황과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생활 여건의 변화 속에서 문화라는 소재를 어떻게 정책으로 연결해 나갈 것인가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른 바 창구효과(window effect)를 활용하는 것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속에서 시간적 시점을 달리하더라도 여러 매체를 통해 필요한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프로그램의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문화라는 요소가 다른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을 입힌 문화콘텐츠의 개발은 공익 성격이 강해 공공기관이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여러 단계로 이용하게 함으로써 다른 산업에도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문화에 대한 훌륭한 콘텐츠 개발은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게 되며 이와 함께 지역의 문화 가치도 올라가게 된다. 인위적인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익명의 다수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콘텐츠와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양질의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자연자원과 지리적 분포가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에 변화가 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문화와 일상생활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지역 단위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헤 제공하고 평가받고 환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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