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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부고(訃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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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20.05.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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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1월 21일 러시아 지도자 레닌의 사망이 발표되자 시인 마야코프스키는 “지금도 레닌은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레닌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원히 썩지 않게 보존했다. “성자의 육신은 부패하지 않는다”는 러시아 정교회의 믿음은 소련의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되는 듯 했다.

당시 레닌의 장례위원회 이름은 ‘불멸화위원회’였다. 소련의 인간 불멸 프로젝트는 최초로 지도자 레닌의 시신보존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과학의 힘을 완벽하게 활용 할 수 있게 되면 죽음을 인위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신을 신봉하게 됐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르자 뉴욕 타임스(NYT)가 5월24일자 1면을 포함한 4개 면에 미국내 코로나 19 사망자의 약 1%에 해당하는 1,000명의 부고를 실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을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NYT는 1면에서 ‘미국 사망자 10만명 육박,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이들은 단지 명단 속의 이름이 아니라 바로 우리’라는 부제를 달았다. 
부고는 미국 내 최초의 코로나 사망자 퍼트리샤 다우드로 시작한다. 이름 뒤에는 ‘웃음이 많았던 증조할머니’,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었던 아내’와 같은 고인의 삶을 표현한 짧은 조사를 곁들였다. NYT는 이 부고 지면을 위해 미국 전역의 지역신문과 사망통지서 등을 뒤졌다.
지난 3월 중순 연일 수백명의 사망자가 속출하던 이탈리아의 롬바르디아 주에서도 타격이 가장 큰 도시 베르가모는 완전히 ‘죽음의 도시’가 됐다. 병원 영안실이 시신으로 넘쳐나 성당에까지 관이 가득 들어 찼다. 베르가모의 지역신문 ‘레코디 베르가모’는 10개 면의 사망자 부고면을 발행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 곳곳의 장례 문화까지 바꿨다. 나라 살림이 건실하지 못한 국가는 역병(疫病)이 들때 국민의 목숨을 지켜내지 못한다. 거대한 재난은 낡은 사회질서를 작동불능으로 만든다. ‘인간불멸을 위한 과학이라는 미신’을 비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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