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갑윤 의원  
 

20대 국회가 오는 29일 막을 내린다. 울산지역에서는 정갑윤(미래통합당), 강길부(무소속), 박맹우(미래한국당), 김종훈(민중당) 의원이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무대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국회를 떠난다고 정치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갈고닦은 내공으로 각기 다른 도전을 이어 간다. 이들의 정치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30년 정치 생활의 제1막을 마무리하는 5선 정갑윤 의원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게 해준 울산시민, 특히 중구민들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1991년 경상남도의회 의원을 시작으로 정치계에 뛰어든 정 의원은 지난 총선 경선과정에서 6선 고지를 앞두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했다.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그는 당분간은 휴식을 통해 재충전을 하고 보수정치가 다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역할도 고민해 나갈 생각이다.

#30년 정치 인생의 소회가 남다를텐데

부족하지만 늘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이 계셨기에 30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많은 행운을 누렸다. 울산 최초 내리 5선, 울산 최초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장, 울산 정치사 최초 국회부의장 등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방폐장 유치 때와 같이 정치적 위기도 많았고, 정치노선을 달리해 홀로 싸우기도 했던 어려움이 있었고,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며 참담함과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시민들께서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고, 주저앉으려던 저를 함께 일으켜 주셨기에 많은 역할과 의정활동을 할 수 있었다. 박수를 받으며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게 돼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다. 한편으론 마지막으로 큰 꿈을 함께 만들어 더 큰 보답을 드리려 했지만,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매우 크다.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목표는 무엇이었나?

정치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나눔’ 이고, 정치를 통해 ‘지역발전과 시민들을 위해 일하면서 갚자’는 것이었다.

어릴 적 가난한 소년에게 희망과 꿈을 잃지 않게 해준 것은 주위에서 베풀어주신 ‘나눔의 손길’이었다. 훗날 ‘받았던 나눔’을 ‘갚는 나눔’으로 인생의 목표를 정했고 청년봉사 활동, 야학교사 활동, 재건학교를 세우는 등 어려운 시기에 받은 ‘마음의 빚’을 갚아 나갔다.

그러다 더 큰 ‘나눔’과 지역과 시민들을 위한 더 큰 봉사를 위해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다.

지역의 의료복지, 사법복지, 혁신도시 유치, 장현산단 유치,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등 울산과 시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많은 일들을 해오면서 조금은 갚았다고 생각한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나눔’의 목표를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고 평가해본다.

#정치 인생의 '가장 기쁜 날’, ‘가장 슬픈 날’을 꼽는다면?

시민들과 함께 한 매순간이 기쁘고 행복한 날들이었다. 가장 기쁜 날을 굳이 꼽으라면 19대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으로서 울산의 각종 사업들을 순조롭게 추진시키고, 특히 2조원 대 예산시대를 열었던 순간이다.

다만 이번 총선 과정에서 몇몇 일들을 겪으면서 참으로 비참했고, 고통스러웠다. 5선으로 만들어주신 시민들의 은혜에 크게 보답하기 위해 ‘국회의장’을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20대 국회에서 여당에 의해 무너진 의회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워보고도 싶었다. 그런데 그동안 함께 했던 분들이 ‘이제 정갑윤을 바꿔야 한다’는 논리로 이야기하고 다니며 도전장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비워지면 채워진다’는 말도 있듯이,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 특히 기억에 남는 법안이 있다면?

더불어시민당 비례로 당선된 분과 '정의연'을 향한 국민들이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며, 더욱 기억에 남는 법안이 있다. 2006년 11월에 발의한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그분들이 100% 만족하시진 않겠지만 그래도 일제강점하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들에게 정부가 지원할 수 있게 법적근거를 마련했던 것이다.

지역을 위한 법안으로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를 울산과학기술원(UNIST)으로 전환시킨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과 2018년 개원한 울산가정법원과 소년재판부 설치를 위해 대표발의했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울산의 사법복지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일이 기억에 남는다.

#울산을 위한 업적 중 최고를 꼽는다면?

두말 할 필요도 없이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다. 숱한 개발 위기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과 함께 지키고 가꿔왔다. 1994년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개발위기에서 시민들과 함께 ‘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으로 지켜냈다. 당시 3평 남짓 땅을 사기도 했다. 2005년 대공원 조성사업 진행과정에서 보상비 문제로 진척이 없을 때도 태화강 일원을 국가하천구역에 편입시키는 발상의 전환으로 국비 727억원을 확보해 태화강 대공원 사업의 토대를 만들었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산림청을 비롯한 유관기관들과 소통하고 협력해 ‘태화강 국가정원’을 탄생시켰다. 태화강 국가정원이 울산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국가대표 정원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분간은 재충전의 휴식을 취하며, 그 동안 저를 만들어주신 고마운 분들을 찾아뵙고 감사하는 자리를 만드는 시간으로 바쁘게 지낼 것 같다. 제가 벌려놓은 지역 사업들 중에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한 일들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하는 노력도 기울일 것이다.

또 보수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신뢰를 다시 쌓도록 하는 정치적 역할도 고민해 나갈 생각이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역할을 해왔던 일들이 있다. 법원의 소송사건을 줄여 국민들의 소송지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갈등조정제도를 도입하는 일과 지식재산 분야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제도 연구를 위한 역할을 맡아 해 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인의 덕목은 청렴성이다. 저의 정치철학은 ‘정심정행(正心正行)’이다. 바른 마음, 바른 행동을 항시 새기며 30년 동안 부정비리로 언론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수많은 유혹과 함정을 피하며 정치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후배들도 청렴을 제일덕목으로 삼는 정치를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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