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김여정·장금철 담화도 함께 실어

북한이 지난 16일 오후 2시 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폭파 장면과 이전 모습. 2020.6.17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협력'의 상징이자 판문점 선언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진을 하루도 안 돼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 톱으로 '북남(남북) 관계 총파산의 불길한 전주곡 북남공동연락사무소 완전 파괴' 제목과 함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순간을 촬영한 고화질 컬러사진 6개를 실었다.

이와 함께 대남비난을 쏟아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담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함께 실으면서 파탄 난 남북관계를 드러내는 데 한 면을 전부 할애했다.

노동신문은 북한 전 주민이 보는 관영 매체로, 내부적으로도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사진에는 폭파로 파편이 흩날리고 연기에 휩싸인 연락사무소의 처참한 모습이 또렷이 담겼다.

폭파 전 모습을 담은 2개 사진에는 폭파 전 4층 높이의 연락사무소 청사와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가 서 있는 모습이 각각 촬영됐다.

하지만 같은 앵글에서 촬영한 폭파 직후 사진 2개를 보면 연락사무소 청사는 흩날리는 파편과 함께 아예 완파됐고, 그 옆의 종합지원 센터는 회색 연기와 붕괴에 따른 황톳빛 먼지가 화면을 메운 가운데 끄트머리만 간신히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날 청와대에서 폭파 순간을 담은 37초 분량의 흑백 영상을 공개했지만, 북한이 고화질 컬러 사진으로 전한 폭파의 순간은 한층 처참했다.

영상에서는 종합지원센터의 벽면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만 담겼지만, 이 사진에서는 연기가 종합지원센터를 아예 뒤덮는 장면을 포착해 15층 높이의 건물도 붕괴하다시피 한 듯한 인상을 줬다.

연락사무소 건물 역시 하늘 높이 치솟은 잔해와 황톳빛 먼지로 폭파의 충격을 가늠케 했다.

북한이 이처럼 연락사무소 폭파 전후 고화질 사진을 발 빠르게 공개한 것은 남북관계의 완전한 붕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수차례의 담화와 통신연락선 차단 등의 보복 조치를 내놨지만, 이번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조치는 아니었다.

특히 판문점 선언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남북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락사무소 완파 소식과 사진 등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전날 오후 2시 50분께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곧장 오후 5시 조선중앙TV 보도 등을 통해 이를 전했다. 뒤이어 이날 오전에 고화질 사진까지 보도한 것이다.

다만 아직 폭파 장면을 담은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사와 사진 보도 속도를 고려하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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