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옛날 어느 임금이 미운 신하에게 코끼리 한마리를 하사했다. 신하는 임금이 내린 코끼리이니 잡아 먹을 수도, 팔아 버릴 수도 없었다. 임금이 보고 있으니 잘 키워야 했다. 코끼리가 하루에 먹어치우는 양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그 신하는 몇년 못가서 가난해졌다.

아무렴 코끼리 뿐이겠는가. 누가 당장 말 한마리를 선물로 준다면 그걸 어찌 키울까. 특히 경주마나 승마용의 비싼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목장을 하지 않으면 거저 줘도 못가져갈 것이다.
그럼 누가 경마를 하고, 누가 승마를 할까. 전통적으로 경마는 그말 주인인 귀족집 하인 중 몸이 가벼운 자가 기수가 된다. 그에 비해 승마는 귀족과 그 자제들이 즐겼다. 유럽 귀족들은 전쟁이 나면 싸우러 나가야 했다. 그러니 평소 승마와 사격, 사냥 등을 통해 자질을 연마해둬야 했다.

최순실은 자기 딸을 이화여대 특기생으로 입학시키기 위해 승마를 가르쳤다. 그렇게 해서 전국체전에 나가면 대개는 금메달이나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 왜냐하면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승마용 말을 가질 수 없기에 전국적으로 출전선수가 몇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참가만 해도 메달권에는 들 수가 있다. 문체부의 누군가가 귀뜸해 주었을 것이다.

우선 우수한 말이 필요했다. 유능한 코치도 있어야 하고, 말을 맡아 관리해줄 사람도 고용해야 했다. 밝혀진 대로 그 비용을 삼성그룹에서 뜯어냈다. 때맞춰 이화여대에서는 특기생 입학조항에 승마종목을 추가했다. 그렇게 해서 딸을 이화여대생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학교수업 태도와 성적이었다. 결국 교수들의 성적조작까지 밝혀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말았다.

눈 먼자가 말을 탄 결과는 참혹했다. 잔꾀로 딸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승마를 가르치는 바람에 본인은 물론 대통령을 비롯해서 재벌 총수 등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감옥으로 이끌었다. 지난 얘기지만 마력(馬力)은 참으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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