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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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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동엽 울산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20.06.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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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마케팅 번역서에서 발견한
‘공짜점심은 없다’ → ‘무료 점심 예산이 없었다’ 오역
 문화기관도 정부 지원 만큼 ‘작품+재정’ 책임지란 뜻

 시민에 대한 존경·책임감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금동엽 울산문화예술회관 관장


오래 전에 문화기관의 마케팅에 관한 번역서를 보다가 오역을 발견해서 출판사에 정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내용은 영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관한 것이었다.

원문은 ‘No Free Lunch for the Royal Opera House(로열 오페라 하우스에게 공짜점심은 없다)’이었는데 ‘무료 점심을 제공할 예산이 없었다’로 번역한 것이었다. 덧붙여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관객들에게 무료점심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1,600만 파운드가 필요하지만, 이를 확보할 수 없어 더 이상 관객들에게 공짜점심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번역을 한 것이었다. (물론 1,600만 파운드는 공짜점심을 제공하기 위한 예산이 아니라 당해 연도에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분배된 정부의 지원금 액수였다.


최근인 2017년도에 잉글랜드예술위원회가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 분배한 지원금은 2,550만 파운드로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한화로 약 382억 원 정도이다.) 원래 이 내용은 세상사에 공짜는 없으니 문화기관들도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국민들에게 우수한 예술작품을 제공하는 것을 뛰어넘어 재정적인 책임도 지라는 의미였는데 번역을 잘못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영국정부의 예술지원금을 분배하는 영국예술위원회와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새로운 협약을 하게 되는데,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시설을 제공하고 접근성을 개선하라는 것과 오페라 하우스 내의 식당이나 기념품점 등의 소매점을 관객이 아닌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그리고 공연 입장권의 가격을 20% 정도 낮추되 주말공연과 오전공연에 더 많이 적용하라는 것이었다. 지원하는 만큼 그 효과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라는 것이 협약의 골자였다.

예술(여기서는 포괄적인 문화가 아닌 오케스트라, 오페라, 합창, 국악, 연극, 발레, 무용, 사진 등을 의미하는 협의의 개념으로 사용)에 대한 정부 지원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한때 예술에 대한 지원금을 눈먼 돈처럼 본적이 있었다. 심지어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도 있었다. 이런 인식은 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거래가 아닌 시혜로 보는데 있기도 하다. 하지만 ‘공짜점심은 없다’라는 서양의 말처럼, 비록 공립 문화기관이 무료로 제공하는 문화서비스라 하더라도 공짜가 아니다. 납세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한다. 그렇다면 왜 납세자들의 돈이 국방, 교육, 의료서비스와 달리 보기에는 그 수혜자가 한정적인 예술을 지원하는데 쓰여야 하는가? 여기에는 세계적으로 찬반양론이 있었다.

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예술은 시장실패의 속성이 있어서 소비자의 복지를 최대한으로 하는데 실패함으로 국가가 예술을 지원해 외부편익을 생성함으로 소비자의 복지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외부적 편익의 예를 들면, 문화예술을 통한 국가적 자부심과 사회의식 고양, 문화가 발달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만족감 제공, 관광객 유인, 문화예술을 즐기는 방법 습득, 다음 세대를 위해 예술의 보존 등이다. 또 예술은 호화사치품이 아니며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공공재이며, 때로는 가치재로서 교육처럼 정부가 구입, 국민들에게 제공해 이들의 복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정부가 예술을 지원하는데 반대하는 쪽은 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자본주의 이념과 배치되며, 정부에 대한 예술계의 의존도를 높임과 동시에 예술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가능케 해 정책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고, 또 모든 납세자들의 돈이 일부 학력이 높은 고소득층의 여흥을 위해 쓰임으로 소득 재분배에 역기능적이라는 주장을 한다.

여러 가지 찬반론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우리 사회를 창조적으로 만들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각 국가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한 정책을 통해 예술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납세자들이 그 운영비를 부담하는 공립문화기관이나 예술단체의 구성원들은 시민들에 대해 존경심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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