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도의 신화(神話)에 등장하는 아수라왕(阿修羅王)은 호전적인 성품 때문에 툭하면 싸움을 벌였다. 그래서 그가 있는곳에서는 언제나 갈등이 끊이질 않았으며, 시끄럽기 짝이 없었다.
아수라왕의 호적수는 언제나 하늘을 다스리는 신(神)인 제석천(帝釋天)이었다. 제석천은 항상 전쟁터에 나가는 여러 신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라. 그리하면 싸움터가 아수라의 장(場)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니라.’

우리는 분열과 싸움이 일어나 난장판으로 변하는 ‘아수라장’을곳곳에서 본다.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과 철거반원들이 시비 끝에 엉겨 붙어 몸싸움을 하니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종편 시사채널TV에 ‘돌발영상’이라는 코너가 있다. 지난 7월 2일 방영된 울산시의회 회의장 풍경이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려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통합당 의원들의 욕설과 몸싸움 장면이 고스란히 방영됐다. 울산시의회는 물론 지역 5개 구·군 의회는 민선 7기 후반기 의장단 감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코로나19 사태이후 울산지역산업과 경제가 만신창이가 됐다. 최근 울산경제와 관련해 발표된 지표는 ‘사상 최악’ ‘역대 최저’ ‘전국 최저’를 헤매고 있다. 그런데도 시의회와 구군의회는 감투싸움을 벌여 지역 경제와 풀뿌리 정치가 함께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본 시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18개를 독식했듯이 울산시의회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의장과 부의장 2석, 상임위원장 5석을 도맡을 조짐이다. 통합당은 당연히 반발할 수 밖에 없었다. 생활정치를 지향하는 지방의회까지 국회를 닮아 정치싸움장이 되고 말았다. 이를 놓고 시민들은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정권을 견제해야 할 야당은 국회나 지방의회 어디에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폭주한다. 민주당이 지방의회 독식에 나선 것은 중앙당 차원의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라니 ‘돌발영상’이 혀를 내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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