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생활지도 힘든 학교에 발령 받아
월드비전과 함께한 ‘세계시민교육’ 운영
‘인성·공동체 역량 향상’ 등 긍정적 효과

 

허성관 울산시교육청 미래교육과장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울산시교육청에서 세계시민교육 울산 선도교사 역량강화 연수가 있었다.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공감대 형성과 전문성 함양, 현장 적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시점에서 집합연수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선생님들의 높은 관심과 열정 덕분에 연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세계시민교육 수업사례 발표, 모둠별 토론과 실습 등의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수 운영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이번 연수를 계기로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학교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몇 년 전 일반고 중에서도 생활지도가 무척 힘든 학교에 교장 발령을 받았다. 생활지도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교육 활동이 위축돼 있고, 면학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일반고로서 진학지도와 수능시험을 위한 교과학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이 더욱 절실한 상태였다.

그때 학교 변화를 위해 운영했던 여러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월드비전과 함께한 세계시민교육이다. 다양한 참여 활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가운데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길러주기 위해 3년 동안 꾸준하게 운영을 했다.
1년 정도가 지났을 때, 학생들의 생활 태도에 많은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면학 분위기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3년째 되던 해에는 체육대회와 축제, 기아체험 행사 등을 학생회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만큼 자치역량이 놀라보게 향상됐다.

매일 학교 전체 손걸레를 세탁하고 건조대에 말려 깨끗한 걸레를 제공하던 전 군, 아무리 춥고 더운 날도 아침 일찍 등교해서 교정을 깨끗하게 청소하던 김 군을 비롯한 친구들, 몸이 불편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손발이 돼줬던 이 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를 실천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생각하면 그때가 참으로 행복했고, 문득문득 그들의 해맑은 모습이 그리워진다.

선생님들의 열정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학생들의 노력이 모여 자율학교와 유네스코 학교 지정으로 이어졌다. 소프트웨어 교과중점학교 운영을 비롯한 특색 있는 학교 운영을 통해 새로운 학교문화가 정착됐고, 올해 2월엔 개교 이래 최고의 진학 성과를 달성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세계시민교육은 학생들이 세계 평화뿐만 아니라 인권,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실천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다.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공동체 역량을 키우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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