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라브 하우게의 야생장미=박지영작  
 
   
 
  ▲ 오나경 작가  
 

꽃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는지요

― 울라브 하우게,『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봄날의 책, 2017)

◆감상 노트 

노르웨이 시인 하우게(1908~1994)의 감성과 만난 건 행운이다. “슬픔과 감사로 가득했던 장례식은 어린 하우게가 세례 받은 계곡 아래 성당에서 있었다. 말이 끄는 수레가 그의 몸을 싣고 산으로 올라갔다. 작은 망아지가 어미 말과 관을 따라 내내 행복하게 뛰어갔다.” 시인 ‘로버트 블라이’(표지 뒤)의 번역으로 소개된 1994년 하우게 장례 행렬 장면이다. 행렬이 지나는 야산 산길에도 야생 장미가 무더기로 피어 하우게를 배웅하고 있었으리라. 꽃은 누구나 노래하니 가시와 뿌리를 노래하겠다는 하우게. 이처럼 하우게 시는 단시나 단단하고 의지로 가득 차 있으며, 노르웨이 시골 정서를 흠씬 맛볼 수 있다. 해설로 가는 길에 노르웨이를 배경인 듯한 흑백사진에도 매료된다. 내 안에 이미 야생 장미로 뿌리내린 하우게 시를 오래 사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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