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불균형 ‘장 누수 증후군’ 유발
아토피·두드러기·천식 등 알레르기 발현
부적절한 식습관·생활환경 등 개선 필요 

성주원
경희대 외래교수·한의학박사
울산 경희솔한의원 원장

아토피 피부염 환자라면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알레르기(allergy) 검사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검사를 통해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밝혀지면, 치료를 위해 해당되는 음식을 제한(制限)해야 한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없어도 밀가루 음식이나 치킨을 먹은 후 더 가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상황에 맞게 적절한 식이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체내에는 우리 몸에 있는 총 세포수의 10배에 가까운 미생물이 하나의 생태계(生態系)를 이뤄 면역(免疫)이나 소화(消化), 흡수(吸收) 등 특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아토피 피부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아토피 환자의 소화기관 내부는 정상인에 비해서 특정 유산균류와 미생물의 다양성(多樣性)이 더 적게 발견되고, 중증도(重症度)가 높을수록 그 편차(偏差)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신생아 시기에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알레르기 질환의 발병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 몸의 위장관 속에 미생물들이 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토피 피부염도 호전될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한약(韓藥)은 장내 미생물에 작용해 유익균(有益菌)을 늘리고 유해균(有害菌)을 감소시켜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均衡)을 조절해 준다. 또한 장내에서 유익한 발효 대사 산물을 생성해 항산화·항염 효과 등을 발생시켜,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나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유해균이 늘어나면, 유해균이 장관세포 위에서 일차 방어벽 역할을 하는 점막층을 먹게 되고, 점막층의 두께는 크게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장관의 투과성이 증가하게 되는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의 상태가 유발된다.
장관의 투과성이 증가하면 인체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체내로 들어와 소화불량이나 복통, 변비, 설사 등 소화기 증상 뿐만이 아니라 아토피, 두드러기, 천식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장내미생물 조절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는 것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치료법은 전혀 아니다. 한의학(韓醫學)에서는 아토피의 원인을 ‘태중유열(胎中遺熱)’ 또는 ‘선천품부불내(先天稟賦不耐)’ 등으로 표현되는 유전적 or 선천적 원인과, 생활환경 또는 부적절한 식이습관으로 대표되는 후천적 원인으로 크게 구분한다.

실제로 과민성 장증후군이나 소화불량과 같은 소화기의 기능이 저하된 증상을 보이면서 습윤(濕潤)한 피부 증상을 가지는 ‘비허습온(脾虛濕溫)’형의 아토피 환자는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이나 평위산(平胃散) 같은 소화기를 다스리는 한약이 효과적이다. 여기에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과 원인에 따라서 구분하고, 해당 유형의 환자 개인별 맞춤 약재를 추가해 치료한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양방에서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항생제(抗生劑)나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 제왕절개(帝王切開, cesarean section), 서구화된 식습관, 스트레스(stress)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식습관을 주목해야 하는데, 현대의 서구화된 음식은 식이섬유(食餌纖維)가 부족하고 설탕과 정제된 밀가루가 많아서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급성기 습진 증상(삼출, 부종, 홍반)이 심한 경우나 증상이 갑자기 심해지고 병변의 범위가 넘어 관리가 어려운 경우, 가려움을 참지 못하는 경우, 반복적으로 긁어 2차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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