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길 주필

 

공포의 프랑스혁명 주역 로베스 피에르
국민생활고 덜기위해 우윳값 통제
목장주 젖소사육 어렵자 우유 자취감춰

문 정부의 부동산규제와 징벌적 과세
신발던지며 ‘나라가 니꺼니’ 규탄
폭등시킨 가벼운 입놀림이 두려움 더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바둑은 집의 수효로 승패를 가리지만 집짓기에만 빠져서는 이길 수 없다. 둘러싸인 바둑돌은 반상에서 제거된다는 규칙 때문이다. 영토를 넓히려면 전투에서 이겨야 한다. 그렇다고 작은 전투에 매달리다간 큰 영토를 빼앗긴다. 공격과 수비는 수레의 두바퀴처럼 항상 동행한다. 멀쩡한 대마가 패에 걸렸다. 집짓기로 시작하는 바둑도 인생처럼 ‘한 방’만 노렸다가는 패가 망신한다.
‘온천 개발로 / 집값 오른다는/ 우리동네 // 마을 앞 느티나무도 / 그 소문 들었나 봐요// 그새 까치집을 세 채나 들여 놓았어요’(한상순의 시 ‘소문’)
소문은 참 빠르기도 하다. 집값 소문은 더 빠르다. 느티나무에게도 집값 오른다는 소문이 어느새 번졌다. 느티나무도 벌써 집을 세 채나 들였다. 까치집 세 채!
이 나라는 지금 집 때문에 난리다. 지방 울산에 앉아서 듣는 ‘요동치는 서울 아파트 값’ 소식은 매일 시소게임을 보는 듯하다. 특히 천정부지로 뛰는 서울 아파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서, 셋방살이 하기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집을 여러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도 많다. 장관이나 국회의원까지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집값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집 없는 보통 사람의 실망과 좌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대체 집권 3년만에 아파트 중윗값 52% 상승이란게 말이 되나. 국회의장의 아파트는 지난 4년만에 23억원이나 올랐다. 형편이 이런데도 폭동이 나지 않는 건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금·금융·청약 제도 조정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 정책이 바뀔 때 마다 역반응을 보여 매물이 줄고 가격만 폭등했다. 
오죽하면 집권당 국회의원 마저 정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은 어렵다’고 했을까. 소관 부처인 국토부 장관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순리다. 그러나 장관을 바꾼다고 폭등하는 집값이 잡힐것 같지는 않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본인식의 틀 자체를 바꾸지 않고는 시장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22번의 부동산 정책수정이 있었지만, 정책의 기본 프레임 자체를 바꿔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이런 안일한 대응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 이는 전 정부에서도 같았다.
집값 폭등지역의 아파트는 주거시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지 오래다. 사회적 신분을 표출하는 상징물이기도 하고, 자녀 대학 진학을 위한 편의시설로 여겨지기도 한다. 주변에 좋은 학교나 학원이 밀집한 까닭이다. 각종 문화·교통·편의시설이 집중된 지역의 집값이 내리기를 바라는 건 가당찮다.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2007년 1월 신년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사과했다. 한달전 “부동산 말고는 꿀릴게 없다”고 한 데 이어 두번째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얼마뒤 정부 위원회가 낸 자료집은 실패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공급 확대 대책 추진의 미흡’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안정 실패는 인정 않고 무조건 성공을 확신하니 답답하다. 부동산과 총력전을 펴고 있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한심함에 숨이 막힌다.
회심의 카드로 ‘그린벨트 해제’에다 ‘행정수도 이전’까지 튀어나왔다. 그냥 서울 집값 잡으려는 수작인지, 아니면 국면 전환용 말잔치인지 국민들은 헷갈린다.
신발을 던지며 부동산 규제와 징벌적 과세를 규탄하는 이례적 시위가 거듭 열렸다. ‘집주인도 국민이다’등의 구호를 외치며 세금폭탄이 주 내용인 7·10 부동산 대책을 성토했다. 온라인에선 ‘나라가 니꺼니’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말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세금폭탄 무서워 ‘집주인도 국민이다’는 피켓을 든 거리의 시민을 좀비라 부를 것인가. 롤러코스트 부동산대책, ‘행정수도 이전’ 주장에 세종시 아파트값 마저 폭등시킨 가벼운 입놀림이 두려움을 더한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책으로 매물잠김에 따른 집값 급등,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종종 규제가 필요하지만, 편익만 있는 규제는 없다. 
규제는 항상 비용을 수반한다. 이미 우리는 부동산 거래장벽이 높아지자 전셋값 급등, 풍선효과, 사회적 위화감 증가, 젊은 세대의 불안감 증폭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감내하고 있다.
집값을 끌어내려 불평등을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규제강도가 높아질수록 본래 취지에서 멀어지고 오히려 국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커지고 있다. 규제장벽을 높이기 위해 거친 숨을 몰아쉬기보다는 긴 호흡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랑스 혁명 4년이 지난 1793년 정권을 잡은 혁명의 주역 로베스피에르가 국민의 생활고를 덜기위해 강력한 우윳값 통제 정책을 내놨다. 값을 낮게 정하고, 그보다 비싸게 팔면 처벌했다. 단두대로 상징되는 공포정치 시대였지만, 정책은 먹히지 않았다.
어느날부터 시장에서 우유가 사라지고 암시장에서 이전보다도 높은 값에 거래됐다. 시장가격으로는 젖소사료값을 맞추기도 어려우니 목장 주인들이 암거래를 택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엔 사료값 통제에 나섰다.
그러자 암시장에서도 우유를 구하기 어렵게 됐다. 사료 생산이 줄면서 젖소 사육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우유는 비싼 값으로도 살 수 없게 됐고, 빵과 치즈 등 연관 식품 가격도 폭등했다. 결국 로베스피에르가 사랑했던 국민은 그를 단두대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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