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그린뉴딜’ 정부 5년간 160조원 투자

인간답게 살아갈 `격 높은 일자리’ 전제돼야

코딩기술‧소프트파워 인력양성에 매진해야 
 

이영규(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아이티공간 CEO)

최근 발표된 정부의 그린뉴딜에는 고용안전망에 근간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라는 양대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뉴딜(New Deal)이라고는 하지만 ‘녹색경제’의 이명박 정부와 ‘창조경제’의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뉴(New, 새로운 것)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패러다임 전환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기존의 정책들과 별 차이가 없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한 현 정부의 정책 또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목표 설정도 부재할 뿐더러 실소득 없는 계획에 그치는 허황된 그림만 보일 뿐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지금 당장의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구조화되면서 모든 일상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시대적 국면은 ‘디지털 뉴딜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 기존 일자리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신경제 100일의 김영삼 정부에서 747프로젝트의 이명박 정부까지, 역대 정부의 뜬구름 잡던 성장 정책들은 그 목표에 걸맞은 성과를 거둔 적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구체화된 실행계획이 부재한 기존 정부의 반복된 비전들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임기 2년도 남지 않은 현 정부는 지금부터 5년간 160조원을 투자해서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한다. 임기내 채용만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면, 이 거대한 목표를 어떻게 추진해서 그 결과를 만들어 낼지 정말 의문이다. 디지털·그린 경제의 전환은 기존 일자리의 대규모 축소가 분명 예상되는 가운데 190만개 일자리의 지속성은 과연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 지금 현 정부가 외치는 한국판 뉴딜의 190만개 일자리가 ‘한국형 일회용 단기 일자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고용증대에 목매기보다 직업을 즐기며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격 높은 일자리’가 전제돼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5년간의 일자리가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성장에 근간을 둔 뉴딜 정책이여야만 한다. 

전 정부의 창조경제와 스마트 뉴딜, 심지어 녹색성장 전략들 모두가 ICT를 활용한 성장전략으로 이미 여러 차례 시도돼 왔지만 국민들이 공감할 성과를 전혀 창출해 내지 못했다. 누구 할 것 없이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이 시기에 불경기로 세수는 턱 없이 부족한 데다,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공짜 돈 뿌리기’는 서민경기 회복의 해답이 될 수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국내외 영향력과 글로벌 서비스 의존도는 엄청난 속도록 비대해져만 가지만, 이들의 불공정 경쟁에 대응할 국가행정력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아무런 준비가 없다. 더욱이 우리는 디지털 혁신의 핵심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1930년대 미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첨단산업 중 하나였던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켰듯이, 우리나라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지속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인간다운 노동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존경받을 수 있는 수수료를 지급 받고, 깨끗하고 공정한 일자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고품격의 소프트하고, 감각적인 일자리가 지금 기획돼야만 한다. 

에버렛 M.로저스의 『혁신의 확산』에서 ‘혁신’은 기술적 우월성이 아니라, 시간의 여정에 따라 ‘특정한 채널을 통해 소통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미디어의 혁신이 된 중국의 종이는 사마르칸트에서 이집트의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의 ‘종이길’을 거치면서 전 유럽으로 번졌고, 우리의 종이길은 고구려를 통해 일본으로 이어졌다. 종이길이 번지는 공간마다 모든 지식이 데이터화 되면서 전파되는 곳마다 시간과 공간의 혁신적인 문화와 상업을 꽃피웠다, 현재의 종이, 소프트파워는 ICT(정보통신), BT(생명공학), NT(나노), ST(우주항공), ET(환경에너지), CT(문화), DT(디자인융합) 등의 유망기술이다. 이 모든 기술의 바탕에는 수학과 물리, 인문학이 기반 되듯이, 이제는 사회의 요구와 각 분야의 목적을 이해하기 위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소프트웨어는 코딩을 기본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현재 코딩을 이해하는 사람은 너무 적은 데 비해, 그에 상당한 일자리는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고 있다. 국가의 비전이 추격에서 선도로 전환된다면, 새로운 것들의 기획과 상상력에 생명을 불어넣는 ‘코딩기술과 소프트파워 인력의 양성’을 위해 소홀함과 뒷처짐이 없는 일자리 만들기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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