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8월 7일)지나 닷새를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 하여 지우제(止雨祭)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남태평양의 열기단(熱氣團)과 시베리아의 냉기단(冷氣團)이 부딪히는 목에 한반도가 자리하여 기후가 모질었기로 자연 앞에 공손했던 조상들은 곧잘 무릎꿇고 천우신조를 빌었다. 이례적으로  긴 중부지방의 장마가 다음주 후반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도 있다.

중부지방의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건 1987년(8월 10일) 이었다. 올해는 8월 하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부지방에서 예상외로 장마가 연일 계속되면서 올해 ‘역대급 폭염'을 예보했던 기상청이 또 다시 ‘오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계속 비가 온다고 하면서 하루쯤 맞힌다는 ‘인디언 기우제식' 예보”란 비판까지 나왔다. 특히 하루 걸러 하루씩 날씨를 맞히고 있다며 ‘오보청’이란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계청, 구라청 등 더 세고 강한 비아냥도 들린다.

한편에선 ‘기상청 체육대회’ 얘기가 2020년 여름 회자 되고 있다. “기상청 체육대회에도 비가 왔다”는 전설 같은 얘기다. 실제로 1994년 5월 3일 기상청 봄철 체육대회날 오후에 비가와서 신문기사까지 나왔다. 기상청은 한달 전 미리 계획한 대회여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폭우와 긴 장마가 올 여름 기상의 특징이다. 오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상청 수퍼컴퓨터가 520억원을 호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을 더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4월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구축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많이 모으지 못해 영국형 모델(UM)과 병행해 사용 중이다.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투입되고는 있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에 AI가 학습해야 할 과거 100년의 기상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여름 유사이례의 물난리를 부른 이례적인  ‘미친 장마’는 첨단 기상예보시설과 기능을 비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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