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추진단장

 

한국 경제 21세기 디지털시대 선도…예술계 도약 가능성 열려
새로운 시대 맞게 미술관도 다양성·자연·기술 등 공존 추구를
울산시립미술관, 미래형 미술관 새 흐름 주도 시작점 되길 기대

 

21세기는 새로운 기회의 시대이다. 

전 세계의 사회 문화적 지형도가 변화하는 중이며 사회·경제·문화의 중심구가 과거 미주 중심에서 현재 미주 유럽 아시아로 다분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 서구 중심의 모더니즘 시대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새로운 문화 예술 운동이 아시아에서 발현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21세기의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고 있지 않나. 예술계 또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예술사적으로도 21세기 문화를 이끌어 나아가는 새로운 중심 주체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미술관으로 이야기를 좁혀보자.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공공미술관은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군주나 귀족 같은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지식과 정보 소유의 민주화로부터 시작된다.

1793년 프랑스 혁명정부는 왕궁이던 루브르궁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그 안에 소장되어 있던 왕의 소유물들을 시민의 것으로 선언하였다. 첫 국립미술관으로 간주될 수 있을 ‘루브르 박물관’이 프랑스에서 개관한 것이다.

이후 미술관은 계몽주의 시대를 지나 20세기 초에 들어와서는 종교와 같은 유사 성전화가 된다. 미적 체험을 강조하는 이러한 유미주의적 미술관은 미국 뉴욕의 ‘모던 아트 미술관’(MOMA)을 통해 확립되어졌다. 유미주의적 미술관은 미술의 감상을 삶과 사회의 맥락에서 탈피시키는 새로운 전시 방식을 추구하였다. 과거 계몽주의 미술관들이 천장으로 쌓아 올리는(skyed) 서술적 전시 방식이 아닌, 전시장의 벽에 동일한 간격을 두고 작품을 배치하여 개별 작품에 집중하는 식의 전시가 그 예일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오로지 미적 경험만을 의도하며 탈 서사적 관점에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유도하였다.

20세기 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시작은 미술관을 상업주의로 지향하게 한다. 미술관들은 스스로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미명 아래, 자립형 미술관으로 강요받기 시작하며 점차 기업화되어 간다. 미술관 내에 다양한 편의와 카페·레스토랑·아트샵 등 위락시설이 활성화되고 ‘빌바오 구겐하임’처럼 타 지역에 분점을 건립하기도 한다. 상업주의 미술관이 범람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혁명은 우리 사회의 질서와 제도, 인간의 사고와 가치관을 전복시키고 있다. 미술관도 이 시대사적 변화 앞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계몽주의, 유미주의, 상업주의의 20세기 미술관들은 그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소진해가고 있다. 미래의 미술관들은 디지털 사회 환경에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기능과 역할이 요구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코닥과 노키아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구글과 애플이 전 지구를 지배하고 있듯이 말이다.

전 세계 미술관들은 과거 산업혁명시대와 같이 또 다른 시대사적 갈림길에 놓여 있으며 그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할 것이다. 미래형 미술관은 다양성, 전지구성, 융합성, 실험성을 갖추어야 하며 다학제, 다계층, 다세대 간의 융합되는 공공과 공유의 장이 되어야하고, 자연과 기술의 공존이 추구되어질 것이다.

울산은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몇가지 예를 들면 울산은 통일신라 시대에 서라벌의 외항으로써 국제교류의 중심 플랫폼이었고 동서양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최재우가 유불선 사상의 융합을 시도하며 동학운동의 이념을 정립한 곳이기도 하다. 산업기술 시대의 역사가 존재하는 울산, 자연과 기술이 공존하는 도시 등 이러한 울산의 문화사적 정체성은 공교롭게도 21세기의 동시대성과 일치하고 있다.

비속어로 ‘국뽕’을 자처하는 필자는 전 세계 예술계에서 미래형 미술관의 새 흐름을 대한민국이 주도했으면 한다. 나아가 2021년에 건립될 울산시립미술관이 그 시작점이 되면 어떨까? 다소 거대한 꿈을 꾸어보고 싶다. 생각은 자유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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