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 직원, 검사, 기자가 술을 마시면 술 값은 누가낼까?”라는 농담퀴즈가 있다. 정답은 ‘술집 주인이 낸다’이다. 한국사회에서 검사(檢事)는 가장 ‘쎈’ 직업군에 속한다. ‘쎄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어떻게 악당들을 제압할 것인가.

현 정권은 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해 적폐수사라는 이름의 칼을 맡겼다. 그 칼은 너무나 잘 들었다. 이어 윤 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고, 그 측근들이 법무부와 대검, 중앙지검의 특수부와 공안라인을 장악할 수 있도록 방관했다.

그리고 조국 전 인사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의 흠결을 발견한 검찰은 칼의 방향을 돌렸다. 조국 수호와 조국 반대로 나라가 갈라졌고, 검찰 개혁의 골든타임은 사실상 날아갔다.
1년 전만 해도 “우리 총장님”이라고 추켜세웠던 현 정권이 이제 그 측근들을 ‘추풍낙엽’처럼 날려 버리고 있다. 8월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윤석열 총장 고립 ‘완결판 인사’였다. 친(親) 정권성향 검사들을 대거 승진 시키거나 요직에 배치했다. 지난 1월 ‘학살인사’ 이후 그나마 일부 남아 있던 ‘윤석열 측근’은 전멸했다.

현 정권이 윤 총장의 손발을 묶고 퇴진을 압박하는 것은 검찰 수사권 통제를 노린 측면이 크다. 하지만 검찰의 사명은 거악을 척결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권력 비리가 있다면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그것이 검찰총장과 검사들의 존재 이유다.

‘수사지휘권’까지 박탈당하고 빈 칼집뿐인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풍낙윤(秋風落尹)’의 위기를 과연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관심사는 윤 총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이다. “누구 좋으라고 사표를 내냐”는 윤 총장의 간접 발언은 이미 보도된 적이 있다. “검찰 조직을 위해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선배 검사들의 주문에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쉽게 무릎을 꿇을 경우 검찰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대외적 이미지는 물론 검찰 내부의 리더십마저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정치권에 완전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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