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V기획] 지역 요양병원, 코로나 재확산에 무기한 면회 금지

92세 노모와 지난 2월 면회 금지후 6개월만에 비접촉 면회 10분
이마저도 중단돼…어머니 눈물 뒤로하고 “또 올께요”

서로를 가로막은 유리문 탓에 전화기를 이용해 면회를 하고 있는 김철인 씨의 노모.

 

“엄마, 자식들이 엄마 버린 게 아니야. 코로나 때문에 면회 못 온 거야.. 알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주춤하며 다섯 달 만에 비접촉으로 재개됐던 요양병원 면회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무기한 중단돼 환자와 가족들의 애절한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UTV취재팀이 지난 8월 20일 방문한 울산 남구의 한 요양병원. 

정문에 마련된 비접촉 면회실에는 김철인(54) 씨와 그의 아내가 노모(92)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휠체어를 탄 어머니가 면회실에 들어섰고, 이들 부부는 반가운 마음에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 씨는 안부 인사를 건네자마자 면회를 오지 않아 서운해 했을 어머니에게 “자식들이 엄마 버린 게 아니야. 코로나 때문에 면회 못 오는 거야 알죠?”라고 이유를 설명하며 달랬다. 

어머니는 “그저 너희만 잘 있으면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자식들의 모습을 보아서인지 언뜻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김 씨 부부가 유리문 너머 노모를 바라보고 있다.

 

김 씨 부부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요양원을 자주 찾아가 어머니 건강을 살피고 시간을 자주 보냈다. 

하지만 지난 2월 면회가 금지 된 이후 어머니를 직접 뵐 수 없어 걱정으로 다섯 달을 보냈다. 그러던 차에 비접촉 면회가 허용돼 서둘러 예약을 하고 면회를 온 것이었다. 

김 씨의 아내는 면회가 쉽지 않기도 하고 언제 또다시 금지될지 모르기 때문에 시종일관 핸드폰을 들고 어머니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김 씨와 그의 노모가 서로 안부를 묻고 있다.

이처럼 요양병원에서 어렵게 비접촉 면회를 허용했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만남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인력과 시설이 제한된 탓에 200여 명의 환자 중 하루 최대 6명의 환자만 면회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루 전 예약, 면회 전 위험장소 방문 이력과 건강상태 등이 적힌 문진표 작성, 체온 측정, 소독 등 해야 할 일도 많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지만 단 10분의 면회시간이 주어지고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면회실에 마련된 전화기를 통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면회를 마친 김 씨는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 기쁘지만 어머니 손을 잡거나 얼굴을 만질 수 없어서 속상하다”며 “그동안 보지 못한 기간에 비해 10분은 너무 짧다”며 이야기를 털어놨다. 

요양보호사가 환자의 면회를 보조하고 있다.

면회를 보조한 요양보호사 역시 “환자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스킨십을 못해 많이 아쉬워 한다”며 “어떤 어르신은 감옥 같다는 표현을 하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또다시 요양병원 면회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면회 금지 조치다. 

김 씨가 면회 말미에 어머니에게 건넨 “다음에 또 올게요”라는 말은 기약 없는 약속이 돼버렸다. 

이 요양병원의 양정원 원무과장은 “대유행조짐이 시작돼 우려되는 부분이 많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모두가 안전하고 무탈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내려오는 지침대로 병원을 운영하는 부분에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로 면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양병원의 환자과 가족들의 기획 기사 관련 영상은 유튜브 ‘울산매일 UTV’ 채널(https://youtu.be/pr2S4Q1o0u8)울산매일신문 홈페이지(www.iusm.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심현욱 기자betterment0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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