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우리의 대처에 따라 엄청난 혁신 동반
코로나로 개인, 나아가 국가 간 교류 어렵다면
낙망하기 보단 공생을 위한 행보 펼쳐나가야

이영규 울산정보산업협회 회장‧아이티공간 CEO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수는 2,500만명(2020년 8월 29일 당시)을 이미 돌파했다.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종 감염병은 에이즈, 니파바이러스 등 30개 이상이다. 2003년의 사스에서부터 2016년의 지카바이러스까지, 2000년대 접어들면서 감염병의 발생주기는 더욱 더 짧아지고 있다. 코로나 역시, 2차 대유행 팬데믹의 공포가 여전히 확산 중으로 그 결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가 간의 교류는 더욱 문을 닫게 될 것이고, 극심한 자국 이기주의 현상과 강대국의 횡포는 눈에 보듯 뻔하다. 극도의 자국 이기주의가 국가 간의 신뢰 구축보다 우선된다면, 탈 국제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하지만, 고난은 우리의 대처에 따라, 엄청난 ‘혁신’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 예로, 흑사병은 인류에게 ‘이동’이라는 혁신을 동반했다. 비록 흑사병이 유럽 인구의 절반 하고도 그 이상을 앗아가긴 했지만, 그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고질적 세습의 영주 계급을 붕괴시켜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14세기의 바이러스 확산은 당대 최대의 무역로인 ‘실크로드’를 폐쇄시킴으로써, 신대륙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지리적 발견의 절실함이 됐다. 그 절실함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안겨줬다. 이같이 인류는 고난으로 큰 희생을 치르기도 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변혁을 맞이하기도 한다. 세상은 서서히 진화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어떠한 계기로 퀀텀(Quantum)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미국 각 기업들의 혁신들은 폭발적이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도 곳곳에서 작동한다. 미국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자금은 개별 기업으로 공정하게 배분되는 덕분에, 유능한 인재들의 도전과 패기는 의대와 법대가 아니라, 공대로의 진학을 부추긴다. 이런 도미노 성과들로, 미국 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ICT기업과 비(非)ICT기업의 벽을 허무는 디지털 전환을 시도해가는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 그 너머 세상을 압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독일은, 미국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제조업 분야를 간파하기 위해 ‘인더스트리 4.0’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보다 국내총생산 대비 비중 높은 한국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과연 무슨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한국판 디지털 뉴딜은 그 규모만 거창하지 속은 없고, 이미 예산 전쟁으로 변질돼 부처 간 영역 다툼만 치열하다. 산업부는 주력산업 지능화 촉진법을, 중기부는 중소기업 제조혁신 법을 제정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내용이 빠진 이들의 제조업 디지털화 추진 목적은 그저 예산 확보와 정치인들의 주목 뿐이다. 벌써부터 한국 정부의 D.N.A(Data·Network·AI) 생태계 조성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외국글로벌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정말 한국 스마트 제조혁신의 독자적 행보가 절실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논리적이며 성실한 엘리트가 이 세상을 주도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존 지식과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왕성한 호기심으로 자신만의 철학과 직감에 따라 문제를 재발견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돌파해 나가는 완전 새로운 타입의 인재가 이 시대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오로지 팩트만이 우리에게 힘이 된다”라고 말했던 뉴욕주지사 쿠오모의 일상적 숏(Short)브리핑은 많은 시민들에게 일상을 안겨줬다. 파워포인트 형식의 그의 심플한 매일매일의 브리핑은 사람들이 공포적 현실에 낙망하지 않고 본인들이 일을 묵묵히 해 나가게 한다. 그리고 영국 초등학교의 젠 포울스 선생님은 굶고 있는 제자들에게 매일 아주 성실하게 점심을 배달한다. 그는 지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즉각적으로 알아챘고, 그저 그것을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수 밖에 없는 고립의 시간이라면, 신이 되고자 하는 호모데우스가 아니라, 공생해야만 하는 호모심비우스로 존재하는 것이 우리를 더 나아가게 하지 않을까.

우리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인류의 영생이 아니라 단지 일상의 회복일 뿐인 것처럼, 지금 우리가 이어나가는 이 삶도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어진, 회생의 연속인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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