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만든 청년정책 본질 벗어나
청년과 소통‧공감하며 시스템 만들어야
시, 청년정책위 등 거버넌스 다각화 앞장

 

안승대 울산시 기획조정실장

청년을 떠올리면 두가지 생각이 든다. 먼저 미안함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온 ‘88만원 세대, n포 세대, 민달팽이, 니트(NEET)’라는 단어가 오늘 청년이 마주한 실업과 빈곤의 팍팍한 현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사회구조적 문제로 초래된 그들의 현실 앞에 그들보다 조금 먼저 청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두번째는 쉽게 소통할 수 없음으로 인한 답답함이다. 너무 많이 줄여서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청년은 기성세대에겐 새로운 사피엔스의 등장이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청년 경험에 매몰돼 청년을 바라보고 충분한 소통 없이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려 정책을 만들지만 정작 청년은 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고 말한다. 청년을 위한 청년정책에 주인공인 청년이 빠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에서 청년문제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청년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정책 수혜자’를 넘어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정치적 주체’로 바라보게 됐다. 이러한 인식 변화 아래, 정부에서도 지난해 7월 국무조정실 산하 ‘청년정책추진단’을 설치하고 오랜 기간 국회 계류 중이던 ‘청년기본법’을 제정했으며, 최근 청와대 ‘청년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청년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에서도 ‘청년 기(氣) 살리기’를 2020년 시정 10대 과제 중 하나로 정하고 정책참여 생태계조성, 일자리진입지원, 생활안정지원, 문화생활보장, 주거안정지원, 5개 분야 54개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과의 소통·공감을 위해 2019년부터 매월 청년이 모인 곳을 찾아가서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담아내는 ‘청년 공감대화’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소규모로 청년을 지속적으로 만나 청년의 생각이 정책과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청년정책의 콘트롤 타워인 청년정책위원회를 지난 5월 구성했다. 청년정책에 관심 있는 청년이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도록 공개모집을 통해 청년위원을 선정하고, 더 나아가 청년이 직접 청년위원 선정심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청년문제는 청년이 제일 잘 안다는 인식하에서 말이다.

수도권 인구집중과 저출산 인구감소 시대에 울산시도 청년유출이 예외가 아니다. 이에 울산시는 청년의 지역사회 참여를 높이고 청년정책 수요자가 정책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청년정책 발굴 및 시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지역의 인재,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역 우수인재의 역외 유출 최소화를 위해 지난 8월에는 UNIST 지역인재전형 정원 40명을 증원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4차 혁명시대에 맞는 청년 미래맞춤형 교육투자의 시급성을 감안해 개방형 온라인 교육플랫폼을 강화한 ‘울산이노베이션스쿨(UIS)’도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화되는 산업환경 변화에 맞게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5G시대 울산시 디지털 전환 사업’과 데이터 뉴딜사업을 추진한다. 대학공간에 기업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캠퍼스혁신파크’사업, 원도심에 도시재생 혁신지구, 창업·창착을 위한 창조적인 거리공간 조성 등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문제를 인식하고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장소기반형 창업을 지원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과정에 우리 청년이 보다 주체적으로 함께 하기를 바란다. 청년정책을 계획하는 시정에 청년이 함께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청년거버넌스를 다각화해 나갈 것이다. 청년의 목소리가 시정 곳곳에 참여해 정책에 녹아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담아 울산시는 2020년 상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사회혁신담당관’을 신설했고 울산시의회도 ‘청년정책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사회혁신담당관 신설은 혁신, 지역공동체, 사회적경제 및 청년정책을 묶어 업무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제고함으로써 ‘울산형 사회 혁신’을 꾀하기 위함이다. 사회혁신이 청년만의 몫은 아니지만 기성의 틀에 매몰되지 않은 청년의 시각이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재조합하는 데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의 시작에 울산 청년이 주인공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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