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통제된 국가 상황
복지시설 대부분 폐쇄돼 장애인 ‘이중고’
무조건적 격리 아닌 맞춤형 행정 도입을

조경환
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울산지부 운영위원

얼마 전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다. 조모씨가 상소문 형태를 빌려 쓴 제법 긴 본문 중에 ‘비켜라 강건한 양에게 목동 따윈 필요 없다' 라는 문장이 있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부의 방역대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국가가 모든 일에 간섭하고 통제하는 국가주의로 가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에게 통제와 굴종을 강요하는 목동 따윈 필요 없는 건 분명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장애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해주는 따뜻한 마음의 눈길이 필요하고 가지 못하는 곳을 가게 해주는 행복한 동행의 다리가 필요하다. 듣지 못하는 이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게 해주는 귀가 필요하고,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는 기쁨과 한숨을 토해내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줄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하다.
이 사회의 일부이며 함께 살아가야 할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들이 꼭 필요한 것은 스스로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의지일 것이며 버려야 할 것은 자포자기와 동정‧냉정의 시선을 뛰어넘는 것이다.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그들 역시 들판을 자유롭게 뛰노는 양을 핍박하는 목동은 필요 없다. 그러나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나 도움이 필요한 양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 목동은 하늘의 별처럼 쏟아진다 해도 부족할 것이다.

2020년 국민은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불편을 겪고 있고 경제적으로 위험에 처해있다. 특히 장애인들의 보호자들은 가뜩이나 취약한 환경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며 아이들에게 현재 상황을 이해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울산지역 대부분의 장애인 복지시설과 주간보호시설, 그리고 체육시설이 폐쇄된 가운데 지적발달장애인협회 울산지부는 등록회원들을 위해 긴급 돌봄서비스에 들어갔다. 사회복지사들의 개인 가정방문 시 식료품, 생필품, 교재 등이 들어 있는 긴급 키트를 전달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는 마스크 미착용에 대해 강력 대처하고 있다. 마스크착용 명령위반에 대한 과태료 처분근거법규인 감염법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3조 4항의 경우 8월 12일 개정돼 10월 13일부터 시행 예정이며 위반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행정명령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황으로 향후 1단계로 하향될 경우 해제한다고 돼 있다.

법률의 취지와 사회적 대의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적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시키기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과태료 부과만이 최선의 방법일까? 울산시는 노 마스크 과태료 부과 부담에 그들을 노출 시킬 것이 아니라 체육관 또는 강변의 일정공간을 지정해 그들만의 공간에서 소통하며 현재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게 배려해주기 바란다. 엄격한 관리와 방역수칙만 준수한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일 아닌가?

장기간의 외출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장애인들과 복지시설 관계자 그리고 힘들게 버티고 있는 보호자들은 우울증을 겪는 등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무조건적인 격리와 폐쇄로 대처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며 울산지역 국회의원들과 각 정당의 각별한 관심, 그리고 울산시의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장애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손잡아 주기를 감히 부탁하며, 울산 시민의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등으로 만들어진 작은 강물이 모여 마침내 기적처럼 큰 바다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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