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 다음주로 다가온 한가위
가족 간 온정 나누는 유서 깊은 명절이지만
역병 창궐땐 공동체 안녕 실천 조상 본받아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방역 수칙 준수해야

이재업 울산시 재난관리과장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옛 글을 익히면 그 가운데서 새로운 의미를 알게 돼 자기가 몰랐던 것을 더욱 잘 알게 된다는 뜻으로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많이 들었던 고사성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평소 만나기 힘든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음복을 함께 하는 등 가족 간의 온정을 나누는 우리의 추석명절은 그 유서가 깊으며, ‘한가위'라는 명칭의 기원에 대해서는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삼국사기>에서 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 홍역이나 천연두와 같은 역병이 창궐할 때 우리 선조들의 추석명절의 풍경은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그 당시에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고 사람간의 접촉에 의해 전염된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려 있는 코로나19와 분명 유사하다. 이 의문은 지난 15일 경상북도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공개한 조선시대 선비들에 의해 쓰여진 일기자료 속에 해답이 있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에 의해 쓰여진 기록들을 살펴보면, 경북 예천의 선비인 초간 권문해 선생은『초간일기』 (1582년 2월 15일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했다”고 했고, 경북 안동 수헌 류의목 선생은『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자)에서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하여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해 전염병에 대처해 추석에 차례를 올리지 않는 선비들의 사례를 일기에 기록했다.

당시에는 유교 사상이 국가의 통치 이념이었기에 조상에 예를 표하는 봉제사의 중요성은 그 어떠한 것보다 우선 시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죄스러움보다는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더 중시했던 것이다. 이같이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요즘 후손들이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몸소 실천하며 사람간의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 극복을 위해 노력했다.
예로부터 집안에 상(喪)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는 차례는 물론 기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즉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염병에 의해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역병이 돌 때 차례를 비롯한 모든 집안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전염의 우려가 컸기 때문에 사람간의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했다.

이번 추석 명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고이지신의 자세로 공동체 안녕을 실천해온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슬기롭게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을 만나는 명절보다는 가족을 위하는 명절”이 되도록 이동을 최소화하고 차례도 생략하면 어떨까 싶다. 부득이하게 고향‧친지 방문 시에는 생활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감염병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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