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환 세무법인 충정 울산지사 회장

아무리 비대면 추석 보내야 하는 처지일지라도
자식 그리워하는 부모의 진심만은 변함 없을 것
양보·배려로 마음만이라도 풍성한 한가위 되길

올해는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추석명절을 지내야 할 형편이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또 다른 시험대에 직면한 탓이다. 확진자 수가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긴 해도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 비중이 40%내외로 여전히 높다. 그런데다 일부 직장에서의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특히 추석이 다가오면서 택배 등 유통물량이 평소의 30% 이상 늘어남에 따라 감염위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탓에 이번 추석에는 각자 집에서 ‘온라인 성묘’나 ‘영상 통화’ 등 비대면(언택트) 형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자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 등 관계기관에서는 수시로 ‘공공안전경보’ 문자를 보내고 있다. “이번 추석은 가족을 ‘만나는 명절’보다는 가족을 ‘위하는 명절’을 보냅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이번 추석은 ‘집에서 쉬기’에 동참해 주세요.” 되풀이되는 수신음에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또 일일이 확인하기조차 귀찮을 때도 있지만 흐트러진 경각심을 다잡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고향마다 걸린 현수막 문구는 ‘언택트’추석을 더욱 실감케 한다.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 ‘아범아, 추석에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잉~’, ‘며늘아! 이번 추석은 너희 집에서 알콩달콩 보내렴’ 등 구수한 사투리를 사용한 문구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가운데 “불효자는 ‘웁’니다” 대신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문구가 압권이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이라는 문구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유행하는 말이 바로 ‘언택트’다. 접촉을 의미하는 ‘콘택트(contact)와 부정어 ‘언(un)'의 합성어로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온라인 전시회나 공연들이 증가하고 있고 화상회의가 일상에 자리 잡고 있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어쨌든 이번 추석은 가족 친지들과 오손도손 모여 웃음꽃을 피우며 그동안 못 다한 정을 함께 나누기를 기대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일단 건강과 안전부터 챙겨야 할 판이니 말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여겨지지만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 친구의 푸념이 짠하게 전해지는 이유다. ‘서울에 사는 큰 딸에게서 전화가 왔단다. 이번 추석에 어떻게 하냐고. 그래서 코로나가 걱정되니 내려오지 말라고 했단다. 문제는 그 다음의 답변에 있었다.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큰 딸은 “알았다”면서 전화를 끊더란다. 그 순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서운함이 밀려오더란다. 참으려고 해도 섭섭함까지 겹쳐 다시 전화를 걸어 한 바탕 잔소리를 해댔단다.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쉽게 안 오겠다는 말이 나오냐”고. 그런데 속이 시원하게 풀릴 줄 알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더란다. 그러던 찰나에 다시 전화가 와서는 큰 딸이 혼자서라도 내려 갈 터이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란다. 괜히 미안하고 또 걱정이 되더란다. “굳이 안와도 된데이” 몇번이고 되새겼던 외침 뒤켠의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왠지 쑥스럽더란다. 이게 늙은 부모의 욕심인가도 싶었단다.’ 
공감이 가고도 남았다. 나이 든 부모마음이야 다 똑같겠거니 싶었다. 어쩌면 너무나 갑작스레 닥친 재앙으로 인해서 우리가 누려왔던 지극히 평범했던 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비대면 추석을 보내야 하는 처지일지라도 자식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진심만은 변함이 없을 터이니 말이다. 
물론 옛날에도 역병이 돌 때는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고 한다. 그래도 한가위는 한가위다워야 하지 않겠는가. 설렘과 그리움을 달래는 추억 여행과도 같은 게 추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가족 친척 간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최소한의 자세와 지혜가 요구된다 하겠다. 물론 건강과 안전을 위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 지난 시절 우리의 위기극복능력은 오늘의 풍요로운 삶을 일궈낸 버팀목으로 작용해 왔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모두가 지금의 고통을 잘 이겨내고 다시금 여유를 되찾아 마음만이라도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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