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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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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차중 UNIST 디자인·인간공학부 교수
  • 승인 2020.09.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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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중 UNIST 디자인·인간공학부 교수

 




코로나 인한 재택근무 확산, 노동자 불평등 점점 악화
누구에겐 잠시 불편한 것이지만 누구에겐 생존의 사투
끝이 보이지 않지만 흥겨운 장밋 빛 미래 떠올려보자


코로나 이전 일상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일과 삶의 밸런스를 뜻하든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시대는 가고 일과 일상이 서로 순환하는 워라클(Work-Life Circle)의 시대가 오고 있다. 페이스북이 내년 7월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앞서 우버도 내년 6월까지 재택근무 할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여러 기업들이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내년 여름까지 재택근무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우리에게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재택근무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전화번호를 눌러 통화하는 것 보다 카톡으로 채팅을 날리는 것이 더 편한 시대가 됐다. 또 점심식사 시간을 회사 규정에 맞출 필요가 없다보니 간편식과 간식의 소비가 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던 패턴은 없어지고, 일과 여가의 분리가 없어지다 보니 온라인 미팅은 낮에 했지만 머릿속엔 언제나 일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지고 집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는 이제 휴식용 웹서핑을 위한 것이 아닌 일을 위한 도구가 돼 버리고 말았다. 재택근무는 이렇게 익숙했던 우리 매일의 일과 삶의 밸런스를 파괴하고 일과 삶의 동시 다발적 순환을 강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에서는 더 이상 출근용 복장을 입을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앉아서 미팅을 하다 보니 머리 스타일과 윗옷은 신경이 쓰이지만 아래는 편안한 바지나 맨발이 최고다. 재택근무는 이렇게 우리의 패션 스타일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작게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세탁소, 수선집, 빨래방은 장사가 예전만 못하고 크게는 정장 스타일 패션 브랜드들의 몰락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오피스룩 패션 기업 브룩스 브라더스와 제이크루가 최근 파산했고 패션 그룹 갭도 위험해 보인다. 반면, 편안한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주식시장에서 매일 사상 최고의 주가를 갱신하고 있다. 외출하거나 타인을 만나는 일들이 확연히 줄어들다보니 사람들은 옷, 가방, 신발, 화장품, 액세서리 구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가구판매 업체들은 큰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한국문화는 집으로 타인들을 초대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동료들, 비즈니스 파트너들, 학생들 그리고 선생들에게 갑자기 집안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로 인해 이제는 집안의 가구와 소품들도 타인들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까지 그 기능이 확대됐다. 또한 사람들이 ‘집콕’만 하다 보니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바빠서 소홀했던 집안 구석구석의 손볼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공구와 청소용품의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한편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자신과 타인들을 이어주던 술의 뛰어난 순기능이 발휘될 기회들이 줄어들어 술의 소비는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또한 집밖을 나서면 이곳저곳 자판기나 편의점, 음식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탄산음료의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 여파로 펩시콜라는 콜라 대신 스낵스닷컴이라는 온라인 과자 판매 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 과자 직판 사업에 더 열중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집콕 현상이 얼마나 강하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자들은 그래도 그렇게 우울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이들에겐 여전히 ‘워라밸’은 경험하기 힘든 것이고 ‘워라클’은 외계어로 들리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상위 소득층에선 약 절반 이상이, 하위 소득층에선 10% 미만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재택근무의 확산이 노동자들의 불평등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 사람들은 라디오와 자동차에서 즐거움을 찾았고 경제는 빠르게 회복됐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블루의 일상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는 잠시 불편한 것이고 누구에게는 생존의 사투인 지금, 그런 흥겨운 장밋빛 미래를 떠올려보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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