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장 윤은숙  
 

예술인 일자리·주민 문화향유 증진이 목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타 지역 우수사례 베껴 갖다 놓는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 아냐
그동안의 병폐 벗어나 지역에 맞는 창의적 내용으로 차별화 해야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이라는 사업은 정부에서 ‘뉴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기초자치단체에 지원하는 공공사업이다. 물론 예전에도 공공미술사업은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번 사업은 코로나19를 겪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공공미술이 전문예술가들에 의해 지역에 맞는 형태로 진행되어 이전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의미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공공미술은 지역의 이야기를 담거나 설치될 장소에 대한 많은 이해와 역사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힐링이 되고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미적인 감흥과 예술가의 창의성이 실현되어야 한다. 특히 그 지역이 역사적인 중요한 곳이고 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면 더더욱 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공공미술이 들어가야 한다. 이전의 공공미술이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장소성에 대한 내용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타 지역과 차별화된 설치 작품의 부재도 있을 것이다. 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공공미술이 진행되었다면 그 성공사례의 과정과 내용을 살펴 비슷한 공공미술을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 된 지역에 맞는 창의적인 내용을 담은 공공미술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재료에 대한 문제도 많다. 오랜 보전성이 없는 페인트이거나 재료와 설치작품의 부조화는 기괴한 흉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든 것을 실현시키는 것은 공모를 준비하는 예술가들이겠지만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역할은 심사위원과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는 구군 담당과 이기도 하다. 심의위원은 공공미술에 대한 미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예술적인 안목과 자격을 갖춘 분들이 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 분들을 섭외하는 몫은 사업을 추진하는 담당과의 일일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고리 속에서 이 공공미술은 이루어진다. 세계 여러 나라의 공공미술이 지역민은 물론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이유는 공공미술이 장소에 대한 이해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내용과 이유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국의 뱅크시 작품을 카피한 벽화가 서울 지하철이 지나가는 벽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본 작가의 아연실색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예술인들까지도 이런 카피성 공공미술을 그리는 이도 있다. 유명한 작품을 카피해서 그리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울산 공공미술은 시작부터 많은 문제들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심의위원이 누구인지, 어떻게 결정되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심의가 진행되기 전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인정되지만 심사 이후에도 깜깜이로 감추었다. 더구나 동구에서는 선정된 특정후보와 심의위원 중 한명이 심의 과정에 밀담을 나누는 것이 목격돼 부정 의혹이 의심되는 일조차 있었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국가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투명성은 더더욱 중요했다. 선정과정에 시비가 붙지 않으려면 공공미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심의위원이 공정한 기준으로 실행단체를 선정하는 것은 기본인 셈이다.

어느 지자체든 공공미술은 진행해 왔었다. 공공미술은 이름을 지닌 뜻 그대로 공공의 미술이다. 미술이 이루어지고 공개되는 장소도 개인의 영역이 아닌 공공장소로 시민들이 직접 향유하게 된다. 문체부는 “예술인 일자리 제공 및 주민 문화향유 증진이 공공미술 프로젝트 취지”라고 밝히며 “주민의 참여·소통, 지역자원 및 지역스토리 반영 등 지역과 일상을 기반”에 둘 것을 명시했다. 유명한 작품을 모조해서 그리거나 갖다 놓는다고 공공미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공공미술의 병폐들을 많이 보아왔고 흉물이 되어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반성하고 새로운 제도와 집행 과정을 세워야 한다. 엄청난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는 사업에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불편하게 언론에 거론이 된다면 다시 과정에서 일어난 잘못된 점들을 수정하고 보안해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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