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삼환아르누보 건물 상층부까지 불길이 휘감은 대규모 화재에도 불구하고 큰 부상자 없이 입주민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건물 옥상을 비롯해 15층과 28층의 대피소로 이동해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린 주민들의 판단과 이들을 무사히 구하겠다는 소방대원들의 헌신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

화재 진화 이후에는 소방대원들의 헌신에 감사하는 주민들의 응원과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삐뚤삐뚤하지만 정성을 담은 쓴 손편지와 아이가 그린 그림 등이 전해졌고, 피자와 음료수, 빵, 김밥 등 소방대원들이 먹을 간식거리를 사 들고 찾아온 시민들도 많았다.

그런데, 다시 화재발생 당일인 지난 8일을 돌이켜 보면 황당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전재산이 타고 있는 상황, 소방대원들은 목숨을 건 사투의 시간이었는데, 강건너 불구경 하듯 몰린 인근 주민들의 모습은 당황스럽기 까지 했다. 경찰이 안전을 위해 폴리스라인을 치고 통제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자신의 스마트폰에 생생한 영상을 담겠다는 일념으로 폴리스라인을 넘어 들어가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주변에서 말리면 오히려 고성을 지르며 “당신이 뭔데 못들어가게 하느냐”는 등의 말을 내뱉기도 했다. 곳곳에서 이 같은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들의 아우성은 주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계속된 통제가 이어지자 화재현장 인근 주민인 척하며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이 긴박하고 끔찍했던 상황이 자신들의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이해와 공감을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과 도덕은 통용되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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