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노래샘 발행인·행복한노래교실 원장

오직 트롯가수만 대우받고 다른 장르는 외면
시청률에만 급급 공정·공평·나눔 사라진
오늘의 현실을 어찌해야 하는지요?

가을의 문턱을 알려준 한가위 추석 연휴가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의 모양새로 흘러갔다. 다행스런 것은 ‘훈아 형’의 150분 열창이 그나마 얼어붙은 우리네 일상을 조금이나마 녹여준 것이 위안이라 할까? 그런데 지금 그 뒤풀이가 난리도 아니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네편, 내편의 해석들이 진정한 대중 예술인의 말 몇 마디에 요동 치고 있기 때문이다. 훈아 형의 공연에 목말라있는 많은 국민들은 그저 훈아 형의 멋진 모습과 삶이 녹아있는 주옥같은 노래를 듣고 보고 위로 받고 싶을 뿐이다. 콘서트 때마다 표를 사지 못한 아쉬움을 TV에서라도 달랠 수 있으니까. 
1년 전부터 종편의 트롯 프로그램이 안방 한자리를 차지하더니 이젠 지상파, 종편채널 할 것 없이 채널만 돌리면 트롯열풍에 온 나라가 휩싸인 듯하다. 언제부터 트롯이 이렇듯 사랑 받은 적이 있었는가? 프로그램의 시청률 전쟁에 뛰어든 방송사 관계자들은 끼가 있는 트롯가수들을 찾아 오디션에 참여해 달라고 애걸하고 시청률 전쟁에서 뒤처질세라 대중음악과 관계도 없는 인기인들을 모아 앉혀 놓고는 그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게 하기도 한다. 그저 행사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트롯 가수들이 앞 다투어 심사위원 한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습이나 가수가 가수를 평가하는 모양새는 대중가요 작사, 작곡 또는 대중음악 평론가들에겐 씁쓸한 모습으로 비추어 지진 않을까? 
필자도 대중음악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 트롯의 열풍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우리들에게 위로의 시간이 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신인가수나 지역가수, 가수 지망생들에겐 일생일대의 기회인건 분명하다. 
만약에 트롯 경연대회에 출전하는 가수들이 자신의 곡으로 경연을 한다면 지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알려지지 않은 노래로 대중의 인기를 얻어낼 수 있었을까? 한, 두곡을 빼고는 모두 인기곡 반열에 오른 그래서 우리 가슴에 원곡 가수의 멋과 맛을 경험 했기에 함께 부르며 즐거워 한 것은 아닐까? 
몸값이 10배~100배까지 오른 스타배출엔 참 고마운 일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노래는 인기곡이 없으니 날개 잃은 천사가 되어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것은 왜 일까? 경연 곡을 자신들의 곡으로 불렀다면 그리고 인정을 받았다면 그 가수와 곡의 수명은 훈아 형의 어느 한곡처럼 오래 기억되지 않을까? 두 시간 하고도 반시간 150분의 콘서트. 한 사람이 게스트 없이 쉬지 않고 계속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곡으로 더구나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인기곡들로만 채울 수 있는 가수가 몇이나 있을까? 
훈아 형! 형 때문에 지금 열풍을 넘는 광풍의 트롯 프로그램이 갑자기 작아 보이는 것은 아시는지요? 왜 50여년의 세월을 한결 같은 목소리와 인기 관리로 따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하셨는지요? 어찌 몇 마디 말에 이리도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셨는지요? 
참으로 다행인 것은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는 이 시대에 훈아 형 만큼은 사고 팔 수 없단 것이 위로가 되긴 한다. 
그렇지만 훈아 형! 몇 천 아니 몇 억금의 제안을 넘어서 몇 백억금의 광고 제안이 들어오면 어찌 하실려구요? 요즘 트롯이 공연, 행사, 심지어 광고 시장까지 점령하여 기존 가수, 모델들이 이 힘든 코로나19 시기에 더더욱 생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데 훈아 형도 광고 제안을 받아서 국내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수입을 올려 보심은 어떠하신지요? 훈아 형!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 저는 참으로 두렵습니다. 노래를 통하여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또한 힘을 내고 서로 이해하고, 안아주고, 나누어 가야 할텐데. 온통 트롯만이 노래의 전부인양 발라드를 비롯한 다른 장르의 노래는 온데 간데 없고 오직 트롯 가수만 대우(?)받는, 시청률에만 사로 잡혀 공정, 공평, 나눔은 멀어져 가는 오늘의 현실을 어찌해야 하는지요? 훈아 형! 세상이 왜 이러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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