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단골손님’은 관광객이 아니라 정치인과 사진기자들이라는 말이 흥미를 끌고 있다. 

7월 28일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지방민심을 살피기 위해 울산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빠듯한 일정을 쪼개 방문했으나 폭우로 완전히 침수된 암각화는 볼 수 없었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온갖 쓰레기만 보고는 방문 사진만 찍고 떠나야만 했다.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를 다녀간 유력 정치인들은 한둘이 아니다. 최근 10년의 기록만 봐도 지난 2010년 정몽준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방문했다. 2013년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최고위원회를 암각화 현장에서 주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6년 민주당 대표시절 방문한 적이 있다.

정치인들은 방문 때마다 암각화를 물속에서 구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공수표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총리 시절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상호협력 합의문’을 이끌어 내 한가닥 진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대구·경북간 낙동강 취수장 구미 이전 문제가 벽에 부딪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돌파구가 될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이 최근 발표된 ‘한국형 뉴딜’ 사업에서 조차 빠지고 말았다.

10월 14일 아침신문에는 국정감사 중인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의원들이 13일 ‘반구대 암각화 현장시찰’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촬영한 낯익은 사진이 또 실렸다. 올 국감에서도 정치인들은 사진을 찍고 대책을 얘기했으나 이제 믿음이 가지 않는다.

반구대 암각화는 지난 1965년 하류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해마다 물속에 잠기고 있다. 지난해에는 3번의 집중호우로 잠겼고 올해도 잇달아 침수됐다. 전문가들이 7,000년을 견뎌낸 암각화가 50여년만에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지도 오래됐다.

단골손님들 방문때마다 수행하고 있는 역대 문화재청장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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