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관 울산시교육청 미래교육과장

 학생 3명, 이른 아침 열심히 낙엽 쓸며 교정 청소
3학년 되어서도 계속…고맙고 대견해 표창 수여
가을이 되면 유난히 추억하고 보고 싶은 얼굴들

지난 9월은 울산미래교육관 설립 중앙투자심사를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주말도 없이 매일 야근을 하며 심사 준비에 매달리다 보니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지쳐 있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조용히 쉬고 싶지만, 코로나19 상황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한글날과 주말이 겹친 연휴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원으로 향했다. 물감을 뿌려놓은 듯 단풍이 곱게 물든 공원엔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더 높고 푸른 하늘 위로 한가로이 흰 구름이 흘러가고, 형형색색의 나뭇잎이 신선한 가을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멀리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도 아름답지만, 떨어진 낙엽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모습 또한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가을이면 유난히 생각나는 제자들이 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했을 때다.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운동장 주변에 줄지어 서 있고, 급식소 옆에는 10여 그루의 느티나무가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었다. 봄,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지만, 가을부터 겨울까지 낙엽을 치우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교정을 둘러볼 때마다 저 많은 낙엽을 어떻게 청소할까? 혼자 걱정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찬 공기가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학생 3명이 열심히 낙엽을 쓸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학생들의 교정 청소는 추운 겨울과 봄, 여름을 지나 1년 내내 계속되었고, 3학년이 되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교정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방문하는 사람들이 놀라곤 했다. 너무 고맙고 대견해서 틈틈이 불러 칭찬과 격려를 했다. 월례조례 시간엔 봉사상 표창을 수여하고 우리 학교의 영웅으로 소개하였다. 
어느새 3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고, 9월 1일 자로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났다.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3명의 학생이 찾아왔다. 짐 정리를 도와주러 왔다고 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교실로 돌려보냈다. 짐을 모두 다 챙겨갈 무렵 학생들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다시 찾아왔다. 2시간가량을 무더운 복도에서 내가 나오길 기다렸다고 했다. 자신들이 짐을 직접 차로 옮겨주고, 떠날 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학생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둘러 교정을 빠져나오는데 만감이 교차하였다. 
맑은 가을 햇살과 푸른 하늘이 더없이 아름다운 계절 10월이다. 가을이 되면 누군가를 추억하고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맴돌곤 한다. 그때 그 제자들에게 윤동주 님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을 가을바람에 실어 보낸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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