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철 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장  
 

미래 먹거리 사업 준비 부족·저성장으로 울산 경제 갈수록 위축
마이스산업 활성화 필수조건인 산업기반·뛰어난 접근성 잘 갖춰
미흡한 문화 부문 보완해 유기적인 미래산업도시로 거듭나기를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63.5%로 G20 회원국 중 독일 다음으로 높다. 특히 울산의 지역총생산(GRDP) 대비 수출비중은 100.5%(2017년 기준)로 전국 17개 광역지자체(평균 37.5%)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전체 일자리 중 수출 기여도 또한 64.1%로 가장 높아(2위 경남 29.5%) 지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출부진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울산경제는 수출과 운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은 2011년 최대 수출실적을 달성한 이후 해마다 감소하면서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실질성장률 0%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수출실적을 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8월 기준으로 작년 동월 대비 ?30.8%(39억불) 감소해서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은 ?46.6%로 급감(9억불)하여 15개월 연속 감소했고 석유화학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22.8%(5.5억불), 자동차와 부품 수출은 각각 ?22.6%(10억불), -36.7%(1.5억불) 감소로 나타났다. 선박도 불황으로 인도가 연기되면서 ?61.2%(1.8억불)로 크게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울산의 지자체별 전체 수출 비중도 경기(23.1%), 충남(16.7%), 서울(10.9%)에 이어 9.9%로 4위로 하락했다. 2009년까지 1, 2위를 유지하던 순위가 2010년부터 3위로 떨어지더니 10년이 지난 지금은 4위로 한 단계 더 하락했다. 수출 강국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인 울산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첫째, 울산수출의 경기 변동성이다. 일반적으로 무역은 GDP(국내총생산)보다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지만 울산의 주요 수출품목은 경기에 더욱 민감한 품목들이라 불황시 타격을 받는다.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울산의 수출증가율은 전국 평균보다 2배 높았으나 금년 들어 전국 평균보다 무려 3배나 감소하고 있다. 둘째, 주요 수출품목의 경쟁력 하락이다. 산업화시대에는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대규모 자본을 투여하며 울산이 발전했으나 현재는 중국과 동남아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셋째, 기술개발 지원 인프라 부족이다. 석유화학, 자동차, 선박 등 주요 산업이 IT와 융합을 통해 소프트한 산업으로 이전하고 있으나 울산은 UNIST(울산과학기술원)를 제외하면 산학협력이 가능한 대학으로 울산대학이 유일하다는 점이 특히 신산업으로 구조 개편이 절실한 중소기업에게 아쉬운 부분이다. 넷째,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준비 부족이다. 10년 전부터 글로벌 산업이 IT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나 울산은 수소산업 외에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드론,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먹거리 산업에 대한 경험이 적다. 다섯째, 저성장 구조이다. 울산은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라 수출부진은 내수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울산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9월 수출이 잠깐 반등했지만 아직 해외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더구나 2차 펜더믹에 따른 락다운 우려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초 울주군 삼남면에 개관하는‘울산전시컨벤션센터’(부지 4만3천㎡, 건축연면적 4만2천982㎡,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는 향후 지역수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펜데믹 이후 언택트 온라인 화상상담 및 전시회는 새로운 해외시장 접근방법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언택트 경험에서 확인한 것은 상호 공감의 바탕 위에 쌓는 신뢰는 쉽게 얻을 수 없다는 대면을 통한 상호교감의 중요성이다. 무역은 협상이 전제되는 국제거래이기 때문에 대면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전시컨벤션센터 즉 마이스(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의미하기 때문에 무역 당사자 간에 대면을 통해 신뢰를 쌓는 매개채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마이스 관련 방문객의 1인당 소비가 일반 관광객보다 높아 고용 창출은 물론 도시 홍보 및 마케팅 효과도 커 각 지자체 마다 관심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다행히도 울산은 수출 강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기반이 있으며, 공항 및 고속철도 등 뛰어난 접근성을 갖추고 있어 마이스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필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방문객에게 울산의 매력을 어필하며 친밀도를 높여갈 특색 있는 관광지 개발과 숙박시설 등은 미흡하다. 때문에 울산시가 현재 추진 중인 문화도시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울산은 산업과 문화가 유기적으로 융합된 미래 산업수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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