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수십년간 불법 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업폐기물이 세상에 드러난지 3년. 이 폐기물 처리를 두고 부지 소유주와 인근 산업폐기물 매립 업체 2곳이 법정에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폐기물 불법 매립의 ‘책임’과 함께 상당한 처리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 사안에 대해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2017년 11월 적발… 지난해 울산시·환경부 행정처분= 지난 2017년 11월 산업폐기물이 불법 매립돼 있다는 진정을 접수받은 울산시는 남구 용잠동, 당시 ㈜유니큰의 폐기물 매립장 인근에서 불법 매립 폐기물을 확인했다. 시는 굴착작업을 벌여 특정 중금속 성분이 포함된 지정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이 혼합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곳은 2000년 6월 ㈜유성과 ㈜유니큰이 사업장폐기물 매립장으로 허가받은 부지 경계 밖. 대기업 A사 소유의 부지다.
일반 산업폐기물을 담당하는 울산시와 지정 산업폐기물을 담당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1년여간 폐기물의 성분 분석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유성과 ㈜유니큰에 지정·일반 폐기물최종처리업허가 취소를 처분했다. 부지 소유주인 A사를 포함해 3곳에 현장을 원상 복구하라는 ‘조치명령’도 내렸다.

# 1990년대부터 부지 대여… “법에 따라 행정처분”·3사 ‘반발’= 취재 결과 A사는 1990년대부터 ㈜유성이 ‘문제의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사의 부지 지반은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었고, ‘문제의 부지’는 A사가 사실상 사용하기 힘든 가파른 절개지였기 때문이다.
㈜유성 측은 A사 소유의 절개지를 흙으로 돋아 허가 받은 매립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A사를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매립장은 현재 ㈜유니큰이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소 2000년부터 A사 부지에 불법 매립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지분 관계, 허가 당사자 등 상황을 고려해 ㈜유성과 ㈜유니큰 모두 책임이 있다고 봤고, 부지 소유주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련 법에 따라 A사에도 조치명령을 했다.
공소시효가 지난 탓에 형사 처벌은 물을 수 없었고, 현재 이뤄진 행정처분이 전부다.
그러나 ㈜유성과 ㈜유니큰, A사 모두 행정처분에 반발했다. 이들은 울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 ‘누가, 언제, 어떤 폐기물을, 얼마나’= 소송의 쟁점은 ‘누가, 언제, 어떤 폐기물을, 얼마나’ 불법 매립했느냐다. 이 간단한 질문의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번 소송은 처분 행정기관에 따라 울산지법과 창원지법에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일 울산지법에서 A사·㈜유니큰이 제기한 행정소송 1차 공판이 열렸고, 오는 19일 ㈜유성이 제기한 소송 첫 재판이 예정돼 있다. 창원지법에서의 소송은 지난 4월부터 진행돼 비교적 속도를 내고 있는데, 재판 과정에서 매립 폐기물에 대한 감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감정이지만, 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사안에 대해 부지 소유주인 A사는 “불법 매립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성과 ㈜유니큰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다. A사의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유성과 ㈜유니큰 사이의 공방은 ‘언제, 어떤 폐기물이, 얼마나’의 해답이 있어야 명확히 기울어질 수 있단 것이다. ㈜유성과 ㈜유니큰 변호인 측 모두 소송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 ㈜유니큰, 매립업 유지 중… 허가용량 턱밑까지=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폐기물최종처리업허가’는 유지된다. 앞서 ㈜유니큰과 ㈜유성이 신청한 집행정지를 재판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후 소송 결과도 두 업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매립 영업에서 손을 뗐거나, 허가받은 용량이 거의 다 차버렸기 때문이다.
㈜유성은 2011년 울산에서 폐기물 매립장 사용을 종료했다. ㈜유니큰은 ㈜유성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보이는 2000년 6월부터 운영 중인데 허가 용량 119만4,000㎡ 중 남은 용량은 3% 안팎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에는 모든 용량이 채워지는데, 현재는 대외적인 영업도 하지 않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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