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멧새소리 글=남은우, 그림=박지영  
 

멧새소리

백석





처마 끝에 명태明太를 말린다

명태明太는 꽁꽁 얼었다

명태明太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明太다

문門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백석 지음|고형진 엮음, 2007)



<감상 노트>

‘1938년 10월 『女性』 3권10’호에 발표된 백석의 시다.

1938년이면 백석이 스물일곱 때다. ‘영생여고 교사직을 그만두고 서울로 돌아옴’이라고 쓰인 걸로 봐서 정신적 위기에 봉착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명태가 시인이요, 시인이 명태라는 것이 시어마다 담겨있다.

뉘엿뉘엿 서산을 넘는 겨울 해 어디쯤 둥둥 떠다닐 명태. 처마에 매달린 신세로도 모자라 고드름까지 달았으니 그만 서러움에 북받쳤을 것이다. 겨울 어느 저녁 귀한 찬이 되어 밥상에 오를 명태, 백석이어서 더 절박하고 아린 것이리. 글=남은우, 그림=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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