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자의 실제 거주 주소지를 찾아갔지만 일부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등록된 주소 대부분 옛 주거지 
 

 일부 주소 세부 표시 안돼
 성범죄자 신상 알림 취지 무색

‘제2 조두순’ 발생 막으려면
 신상 공개법 조속 개정 필요

성범죄자들의 행방이 잡히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성범죄자는 울산 61명을 포함한 전국 3,606명.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성범죄 재범 방지를 위해 거주지 주소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실제 거주지에 살고 있지 않았다.

울산매일UTV 취재진은 이달 초 A(55) 씨가 살고 있다는 주소지를 찾아갔다. 그는 미성년자 강간 미수를 저질러 징역 4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 7년을 선고 받은 성범죄자. 그의 주소지는 울산 남구의 한 상가 건물로 음식점, 사무실 등이 들어서 있어 사람이 생활할 공간은 없어 보였다.

A 씨의 실제 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건물에 입주해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성범죄자 살고 있다는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곳에서 15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식당 주인 역시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가끔 와서 점심을 먹고 가는데, A 씨는 (사진으로) 처음 본다”고 말했다.

성범죄자 주소지 건물 주인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소문 끝에 A 씨를 알고 있다는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예전에 잠깐 알던 사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1년 전에 이사를 가서 현재 연락이 두절됐으며 어디로 이사 갔는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곳에서 A 씨의 소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재 성범죄자 알림e에서는 성범죄자의 이름, 나이, 얼굴, 전과, 전자발찌 착용, 실제 거주지 주소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몇 동 몇 호 등의 세부 주소까지는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그들이 살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건물 내 입주자들이 살고 있는 문을 일일이 두드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메건법’으로 성범죄자의 세부 주소는 물론 직장과 자동차 번호까지 공개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 공개하는 성범죄자들의 신상 공개 범위는 좁은 편이다.

이번에는 B(37·미성년자간음?신상공개 5년) 씨의 주소지로 찾아갔다. 이곳 또한 상가 건물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없어 보였다.

B 씨의 실제 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가 문을 직접 두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 음식점,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B 씨에 대해 물었지만 모두 모른다고 답했다. 건물 주인은 “얼굴은 점잖게 생겼는데...”라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곳에서도 그의 소재를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성범죄자와 같은 건물에 있는 사무실 관계자가 성범죄자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취재진은 관할 경찰서에 확인했다.

A, B 씨의 신상을 관리하는 경찰 관계자는 “최근 관리 대상자 모두 실제 거주를 확인했고 신상 관리는 전화 및 방문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들에 대해서는 한 번 더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 날,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다른 소식을 전했다. 다시 확인해본 결과 “A 씨는 일용직 일을 해서 집에 못 들어올 때가 많은데 해당 주소지에 밥솥의 취사 흔적이 보인다”며 “A 씨가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B 씨에 대해서는 “8월 20일에 마지막으로 확인했는데 그가 8월 30일에 이사 간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현행법상 성범죄자가 거주지를 변경할 때 20일 이내 신고해서 거주지를 알려야 하는데 B 씨가 이를 위반했는지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성범죄자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기간인 3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사이에 관리 공백이 생긴 셈이다.

이번에는 C(26·불법촬영?신상공개 5년) 씨가 살고 있다는 주소지를 찾았다. 주소지는 울산 북구의 한 원룸 건물. 그곳에서 만난 건물 주인은 “원룸 입주 계약서를 확인해 봤지만 우리 집에 OOO(C 씨의 이름)이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에 C 씨의 관리 상황을 묻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경찰서의)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

경찰 관계자는 “C 씨가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한 실제 거주지는 울산이지만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부산이기 때문에 부산 경찰서에서 그의 신상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성범죄자 관리 주체가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두 군데고, 경찰은 법무부의 의뢰를 받아 관리 한다”고 설명하며 “업무 분담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성범죄자들의 신상 파악은 경찰에서 한 뒤, 법무부가 파악한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하고, 등록된 정보는 여가부에서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공개하는 등 각각 성범죄자 관리 업무가 나눠져 있다. 이로 인해 성범죄자 관리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 성범죄자들의 주소가 왼쪽처럼 표시돼 있지만 일부 성범죄자들의 주소는 오른쪽과 같이 불특정하게 표시돼 있다.

취재 결과 C 씨는 최근 다른 곳으로 이사 간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 경찰 관계자는 “얼마 전 C 씨가 주소지 옆 건물로 이사 갔으며 아직 옮긴 주소로 신고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신상 관리에 대해서는 울산 관할서에 촉탁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취재 중 성범죄자 알림e에서 공개하는 대부분 성범죄자들의 주소가 건물 번호까지 표시된데 반해, 일부 성범죄자들은 ‘OO동’만 나타나 있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소는 공개는 돼 있지만 이들이 어디 사는지는 특정할 수 없어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

이에 여가부는 “성범죄자 알림e가 2010년에 서비스돼 예전 성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다가 법안이 개정되면서 공개됐는데, 당시에는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OO동’과 같은 예전 주소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이 필요한 점은 알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성범죄자들의 신상 정보가 국민들에게 공개된 지 10년. 이달 말부터는 성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카카오톡 메시지로도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들의 허술한 관리로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된다면 성범죄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은 실패할지도 모른다. 희대의 성범죄자라 불리는 ‘조두순’이 다음 달 13일 출소한다.

울산매일 UTV 홈페이지(www.iusm.co.kr)와 유튜브 채널(https://youtu.be/-2vOvtF-pc0)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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